시와 憧憬 988

詩 한 편

🌺卍海님의 詩입니다. 누가 보내 준 글인데 옮겨 올립니다!!~~🌬🍁🌬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이 소풍길에!!~~ 우린, 어이타 깊은 인연이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저 빤히 보이는 길 앞에,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많이 후회 했겠지요??~~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린 어이 정다운 인연이, 맺어졌겠습니까??~~ 한 세상, 살다 갈, 이 소풍길!!~ 원없이 울고 웃다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단 말, 빈말이 안 되게 말입니다!!~ 우리, 그냥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더불어 즐기며 살다가, 미련없이 소리없이 그냥 훌쩍 떠나 ..

시와 憧憬 2022.11.06

박준의 시배달-심재희, 「높은 봄 버스」

심재희, 「높은 봄 버스」 심재희, 「높은 봄 버스」를 배달하며 계단 몇 개 오른 것 같은데 벌써 봄이 갑니다. 피어야 할 봄꽃들은 진작 다 피었고 이제 지는 일만 남은 것이지요. 제가 봄 내내 부지런히 입었던 외투의 소매 끝단도 많이 해졌습니다. 사실 처음 이 외투는 제 마음에 꼭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한철을 같이 지나보냈다는 이유로 좋아졌습니다. 다시 계단 몇 개를 내려와야 하는 시간, 저는 외투를 깨끗하게 빨아서 늦은 봄의 햇빛 아래 말린 다음 어두컴컴한 서랍에 넣어둘 것입니다. 이렇게 마지막 인사와 새날의 기약을 한데 두고 싶습니다. 문학집배원 : 시인 박준 2022. 05.26(목) 작가 : 심재휘 출전 :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창비, 2022) 그래요 그러니까 우..

시와 憧憬 2022.05.26

박준의 시배달 - 이종민,「기념」

박준의 시배달 - 이종민,「기념」 이종민,「기념」을 배달하며 작품 속 주인공은 기념일을 맞은 듯합니다. 어젯밤 우르르 끓여두었던 미역국을 먹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생일이 되겠지요. 다만 누가 생일을 맞이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일 수도 있고 혹은 “잘 지내고 있나요. 숟가락을 들면 묻고 싶습니다.”라는 생각이 가닿는 이의 생일일 수도 있지요. 어쩐지 이 기념일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늦은 오전 눈을 떴고요. 집 앞으로 유치원생들이 지나가고 새벽에 내린 비는 마르고 있습니다. 미역국 국물에 말은 밥을 한 톨까지 잘 긁어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를 해서 탁탁 털어 널면 벌써 정오를 지납니다. 야외활동을 마친 유치원 아이들이 옆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 특별한 풍경은 아니지만 어느..

시와 憧憬 2022.05.12

박준의 시배달, 도종환 「통영」

박준의 시배달, 도종환 「통영」 도종환 「통영」을 배달하며 통영의 풍경을 넓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는 통영을 사랑한 윤이상과 이중섭이 등장하는데요. 통영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입니다. 백석 시인과 박경리 소설가도 떠오르고요. 아울러 통영에는 제가 미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공예가들이 살았습니다. 갓장이가 만드는 갓, 나전장의 자개장롱, 두석장의 문갑, 소목장의 소반 등등. 통영에서 나고 자란 박경리 선생은 통영의 수공업이 발달한 까닭을 이렇게 설명해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바다에 나가서 생선배나 찔러먹고 사는 이 고장의 조야하고 거친 풍토 속에서 그처럼 섬세하고 탐미적인 수공업이 발달한 것은 이상한 일이다. 바다 빛이 고운 탓이었는지 모른다. 노오란 유자가..

시와 憧憬 2022.04.21

박준의 시배달 - 곽재구,「와온(臥溫) 가는 길」

박준의 시배달 - 곽재구,「와온(臥溫) 가는 길」 곽재구,「와온(臥溫) 가는 길」을 배달하며 시에 등장하는 와온은 전남 순천에 있습니다. 해질녘에 이곳에 가면 말 그대로 이 세상 따뜻한 것들이 모두 모여 있는 듯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작품에서는 이곳을 “비단으로 가리어진 호수”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바다입니다. 육지 깊숙하게 바다가 들어와 있는 잔잔한 ‘만’이어서 호수라 했겠지요. 그렇다면 시에 등장하는 궁항은 어디일까요. 궁항은 전남 여수에 있습니다. 궁항에서 와온까지 이어지는 길을 두고 요즘 사람들은 남파랑길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이것이 꼭 도착에만 방점이 찍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시에 등장하는 궁항에서 와온바다까지의 거리는 약 15km, 자동차를 타..

시와 憧憬 2022.04.07

박준의 시배달 - 한강,「어느 늦은 저녁 나는」

박준의 시배달 - 한강,「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어느 늦은 저녁 나는」을 배달하며 이틀에 한 번 정도 밥을 합니다. 압력솥을 쓸 때도 있고 조금 수월하게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을 때도 있습니다. 언제 한번은 쌀을 씻다가 조금 먼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뜨물을 버릴 때마다 얼마간의 쌀알이 함께 쓸려나가는 것인데, 그러니 알이 작지 않고 커다란 쌀 품종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쌀알 한 톨이 참외만 하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밥 한 공기에 쌀 한 톨만 담으면 되니 참 편하겠다 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잘한 밥알을 씹을 때 입속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은 사라지겠지요. 밥을 한 주걱 푸고 다시 한 주걱을 더 담는 마음도, 실수로 흘린 밥알을 주워먹는 순간도 함께 사라지겠지요. 봄이 잘도 ..

시와 憧憬 2022.03.25

박준의 시배달 - 안상학,「밤기차」

박준의 시배달 - 안상학,「밤기차」 안상학,「밤기차」을 배달하며 종종 기차를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승강장에 조금 이르게 나가 기차를 기다립니다. 물론 제가 탈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거나 몇 분 정도 지연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차는 단 한번도 약속된 시간보다 이르게 온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알면서도 미리 나가 기차를 기다립니다. 승강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차를 타는 사람만 이곳에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누군가를 배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짐을 들어주고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에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잘 들리지도 않는 당부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 저는 그들이 기차가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 승강장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아..

시와 憧憬 202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