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박준의 시배달 - 이종민,「기념」

cassia 2022. 5. 12. 14:54

박준의 시배달 - 이종민,「기념」

 

 

이종민,「기념」을 배달하며

   작품 속 주인공은 기념일을 맞은 듯합니다. 어젯밤 우르르 끓여두었던 미역국을 먹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생일이 되겠지요. 다만 누가 생일을 맞이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일 수도 있고 혹은 “잘 지내고 있나요. 숟가락을 들면 묻고 싶습니다.”라는 생각이 가닿는 이의 생일일 수도 있지요. 어쩐지 이 기념일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늦은 오전 눈을 떴고요. 집 앞으로 유치원생들이 지나가고 새벽에 내린 비는 마르고 있습니다. 미역국 국물에 말은 밥을 한 톨까지 잘 긁어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를 해서 탁탁 털어 널면 벌써 정오를 지납니다. 야외활동을 마친 유치원 아이들이 옆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 특별한 풍경은 아니지만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도 없지요. 기념하고 싶을 만큼.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가 주로 생일에 먹는 미역국, 이것처럼 만들기 쉬운 음식도 또 없습니다. 물에 불린 미역과 국거리에 참기름과 간마늘을 넣고 조금 볶다가 물이나 육수를 넣고 끓이면 되는 것이니까요. 소금이든 간장이든 간을 맞추면서. 어쩌면 이렇게 쉬운 음식이기에 먹을 때마다 뭉근한 슬픔이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문학집배원 : 시인 박준 2022.05.12

작가: 이종민
출전: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창비, 2021)

[시/에세이]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 이종민 시집 (창비시선 465)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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