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磬 小理 396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4> 사건을 서술하는 음악- 이흥렬의 바우 고개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사건을 서술하는 음악- 이흥렬의 바우 고개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문학에서 서사란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줄거리를 말한다.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문학의 장르에서 이야기를 담는 것은 쉽지만 음악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발라드(ballade)는 음악에 의한 이야기를 뜻한다. 클래식 음악에서 대표적인 발라드는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마왕(Erlkönig)'이다. 슈만의 '두 사람의 척탄병'도 성악곡이지만 발라드에 해당한다. 기악의 발라드는 구성이 체계적이고 더 깊은 서사와 감정을 담는다. 쇼팽의 발라드 4곡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랍소디(Rhapsody)는 민족성이 짙게 혼합된 서사를 들려준다. 리스트의 '헝..

風磬 小理 2023.06.27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3> 인물을 묘사하는 음악-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인물을 묘사하는 음악-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에그몬트 백작. 서영처 교수 제공 역사상 괴테(1749-1832)의 작품만큼 음악으로 많이 만들어진 예는 드물 것이다. 당대와 후대의 수많은 음악가들이 괴테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성악곡, 독주곡, 실내악곡, 오페라, 오라토리오, 관현악곡 등을 썼지만 멘델스존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괴테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심지어 베토벤(1770-7827)이나 슈베르트(1797-1828)까지도. '에그몬트'(Egmond·1522-1568)는 실재인물로, 16세기 중엽 스페인의 압제에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던 네델란드의 군인이자 정치가이다. 괴테는 독립운동가 에그몬트 백작의 영웅적 삶에 감명을..

風磬 小理 2023.05.27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2> 대상을 묘사하는 회화적인 음악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대상을 묘사하는 회화적인 음악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대상을 묘사하는 회화적인 음악 쇼팽. 매일신문 DB... news.imaeil.com 글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설득력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이 중요하다. 그리고 묘사, 서사, 설명, 논증 등의 다양한 서술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묘사는 대상의 특징을 마치 그림으로 그리듯이 본질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면 그 묘사는 성공한 것이다. 묘사는 공간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대상의 외모와 심리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현실에 실재하는 공간과 인물로 만들어낸다. 케텔비(1875-1959)의 '페르시..

風磬 小理 2023.02.09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1> 정경을 묘사하는 음악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정경을 묘사하는 음악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정경을 묘사하는 음악 비발디. 매일신문 DB... news.imaeil.com 클래식 음악이 묘사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클래식 음악을 추상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상도 알고 보면 대상의 특성이나 속성을 추출하고 파악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묘사는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감각하여 지각한 것을 그림 그리듯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묘사는 회화적이다. 문학이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문자로 대상을 묘사한다면 음악은 음표와 쉼표로 이루어진 음악 문자로 대상을 묘사한다. 음악에서 묘사는 정경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한다. 정경 묘사는 17세기 풍경화의 탄생과 관련이 깊다. 풍경은 시각, 청각, 후각, ..

風磬 小理 2023.01.26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매일신문 DB... news.imaeil.com 빈 필의 신년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왈츠로 시작된다. 왈츠처럼 즐겁고 흥겨운 한 해를 만들어 가라는 기원이 담긴 음악이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이 음악회는 2차 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에 시작되었다. 꽃으로 장식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음악회를 지켜보면 즐겁다. 하지만 왈츠의 선율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으로 족하다. 이것은 슈트라우스 왈츠 속에 일정 부분 담겨 있는 통속성과 진부함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은근한 행복을 선사한다. 신년 음악회는 왈츠나 폴카 ..

風磬 小理 2023.01.04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9>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에디트 피아프. 매일신문DB... news.imaeil.com 한마디 말이 그토록 남용되었기에/ 내가 더 남용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 말이 그토록 멸시되었기에 당신이 더 멸시할 수도 없습니다. 셸리(1792-1822)의 시를 읽으며 두 세기 전에도 사랑이라는 말이 남용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온갖 사기꾼과 거짓말쟁이, 바람둥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오염되어 버린 지 오래다. 진정성과 진실성은 휘발되고 세속성만 남은 말을 쓰고 싶지 않아서 사랑한다는 말을 극도로 자제하는 사람도..

風磬 小理 2023.01.04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8>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호두까기 인형' 공연 모습. 매일신문 DB... news.imaeil.com 아직도 망치로 호두를 깨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서 원시적인 도구로 호두를 깨는 것은 그리 세련된 풍경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터넷 쇼핑에서 파는 호두까기 인형을 구입할 것을 적극 권한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1892)은 독일 작가 E.T.A.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1816)을 각색한 2막 3장의 발레 음악이다. 차이코프스키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3곡의 발레 음악을 작곡했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공연..

風磬 小理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