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988

이수명의 시배달 - 임지은,「론리 푸드」

이수명의 시배달 - 임지은,「론리 푸드」 https://youtu.be/cFplep8-yHI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임지은의 「론리 푸드」를 배달하며 어떤 음식이 론리 푸드일까. 혼자서 먹는 음식일 수 있고, 외로운 상태에서 먹는 음식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외로움 자체가 바로 론리 푸드일 수 있다. 즉 외로움을 먹는 것이다. “식초에 절인 고추/한입 크기로 뱉어낸 사과/그림자를 매단 나뭇가지/외투에 묻은 사소함”은 모두 론리 푸드이다. 나는 그 외로움의 형태들을 하나씩 흡수한다. 집안 곳곳에, “고개를 돌리면/한낮의 외로움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다”. 바라보면 모두 론리 푸드인 것이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배가 부르니까/천천히 먹기로 한다”고 할 때..

시와 憧憬 2023.05.27

이수명의 시배달 - 김학중,「판」

이수명의 시배달 - 김학중,「판」 https://youtu.be/6M7H-yLlJFw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문학광장' 누리집 개편 관계로 이승우의 문장배달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2023.05.04호)과 이수명의 시배달(김학중-「판」,2023.05.11호)이 함께 발송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김학중의「판」을 배달하며 숙소와 집은 다르다. 숙소가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이라면 집은 육체적, 정신적 휴식처다. “우리가 묵어온 모든 자리가/서로 다른 장소였다 할지라도/단 하나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따듯했다”에서 알 수 있듯, 아내와 나는 집이 아니라 다른 숙소에 머물러 있다. 다른 곳에서 하나의 집을 생각한다. “그녀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잠드는 곳에..

시와 憧憬 2023.05.20

이수명의 시배달 - 심언주, 『식빵을 기다리는 동안』

이수명의 시배달 - 심언주, 『식빵을 기다리는 동안』 https://youtu.be/0T27tIBbfpw 심언주의 『식빵을 기다리는 동안』을 배달하며 식빵을 기다리며 식빵에 대해 생각한다. 식빵은 부풀어 오르고 네모 모양이다. 나도 식빵과 같은 삶이고 싶다. 식빵처럼 부풀어 올라 “속이 꽉 찬 소시민이 될 수 있고/위기마다 일어설 수도 있”으면 좋겠다. 또 식빵처럼 “네모를 유지해가며/메모하고 싶”다. 가볍고 탄성 있고 그러면서도 네모진 각을 유지하고 있는 식빵의 생생한 물성이 그려진다. 눅눅한 인간의 일상을 날려버리고 싶을 때 식빵이 옆에 있다. “식빵과 나란히 누워/일광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나는 이렇게 식빵에 의지하고 식빵을 붙잡는다. 왜 나는 항상 무너지고 위기가 올까. 왜 “낙타보다 식..

시와 憧憬 2023.04.29

이수명의 시배달 - 강보원, 『파란 코끼리』

이수명의 시배달 - 강보원, 『파란 코끼리』 https://youtu.be/1VMptlIzO_c 강보원의 『파란 코끼리』를 배달하며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의 거리다. 은행이나 음식점, 술집, 카페가 늘어서 있는 거리를 거의 자동적으로 사람들은 걸어간다. 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다르다. “소울키친을 지나 커피빈을 지나 카페B를 지나 그 긴 코로 눈을 비비고 있는 파란 코끼리를 지나 주민 센터를 지나”다가 문득 자신이 파란 코끼리를 보았다는 생각에 가던 길을 되돌려 코끼리에게 돌아온다. 번화한 거리에 나열되어 있는 상호명들 속에서 코끼리는 무엇인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거울이나 유리에 반사된 그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어떤 회사의 로고나 스티커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앞에..

시와 憧憬 2023.04.14

이수명의 시배달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

이수명의 시배달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 https://youtu.be/-GFFuhLWQzg [문학집배원]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을 배달하며 마당에 무엇인가를 심는다는 것은 희귀하고 특별한 일이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당이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새로운 날씨가 된다면/새로운 곤충이 온다면/심을 수 있는 마당”이 된다. 지금의 날씨로는 안되고 날씨가 바뀌어야 한다. 또 새로운 곤충이 와야 한다. 이것은 현재의 마당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희원이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언제나 필요하다. 그래야 “심을 수 있는 마당”이 된다. 하지만 심는 것이 전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마당이 되어도, 발자국, 현기증, 내 방, 우주본을 심어도, 그 무..

시와 憧憬 2023.04.08

이수명의 시배달 - 김연필, 『천문』

이수명의 시배달 - 김연필, 『천문』 https://youtu.be/W_81_vhBiQA 김연팔의 『천문』을 배달하며 밤이란 무엇인가. 날마다 지상을 가득 덮어버리는 어둠은 무엇인가. 천문학 같은 과학적 분석이나 철학의 심오함을 가지고 밤에 대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이나 철학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시는 말하기가 아니라 보여주기를 통해 밤을 제시한다. 그것도 어떤 상황으로 정돈된 한 장면이 아니라 그냥 밤의 여러 모습이다. 밤은 “해가 없는 밤”으로 어두우면서 또 “해가 없이 빛나는 밤”이기도 하다. 시는 밤의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냥 보여준다. 시에는 또 유리, 달빛, 거울, 겨울 같은 단어들이 등장한다. 이 단어들은 밤과 연결되어 밤의 여러 모습을..

시와 憧憬 2023.03.09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이근화,「악수」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이근화,「악수」 https://youtu.be/qIA7Y0L1zdE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이근화의 『악수』를 배달하며 제목만 ‘악수’이고 악수를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와 악수하는 건지 궁금하다. 시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바로 나와 악수하는 시이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 나와 만날까. 만나는 곳은 어디인가. 시에서 나는 종일 집에 있고 집에서 나를 만난다. 거미줄을 보며, 거울을 보며, 박혀 있는 못을 보며 나를 만난다. 거미가 거미줄에서 그러듯이 나는 집에 나를 매달고 뜯어낸다. 거울을 보면 괴물처럼 내가 있다. “몸이 검고 매끄럽고 슬프”기 때문인지 노래를 부른다. 박힌 못도 내 모습을 하..

시와 憧憬 202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