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박준의 시배달 - 안상학,「밤기차」

cassia 2022. 3. 10. 15:35

박준의 시배달 - 안상학,「밤기차」

 

 


안상학,「밤기차」을 배달하며

   종종 기차를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승강장에 조금 이르게 나가 기차를 기다립니다. 물론 제가 탈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거나 몇 분 정도 지연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차는 단 한번도 약속된 시간보다 이르게 온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알면서도 미리 나가 기차를 기다립니다. 승강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차를 타는 사람만 이곳에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누군가를 배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짐을 들어주고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에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잘 들리지도 않는 당부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 저는 그들이 기차가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 승강장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아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또 이곳에는 누군가를 마중 나온 이들이 있습니다. 선로 끝에 시선을 멀리 가져다두고 하염없이 있다가도 저 끝에서 “이마에 불 밝”힌 기차가 들어올 때면 함께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쓸쓸하지 않은 이곳.   

문학집배원 / 시인박준 2022.03.10 (목)

작가 : 안상학
출전 : 『오래된 엽서』(천년의 시작,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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