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누리 931

이승우의 문장배달 - 천운영,「내 다정한 젖꼭지」

이승우의 문장배달 - 천운영,「내 다정한 젖꼭지」 https://youtu.be/H6QEJP1jOMo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천운영의「내 다정한 젖꼭지」 를 배달하며 임종의 순간에, 그 자리에 같이 한 사람들이 느끼는 ‘한몸’ 같은 유대감에 대해 다른 말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대감이 죽음의 순간을 함께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순간이든 ‘함께함’이 유대감의 요인이다. 무슨 일이든 함께할 때 서먹함이 사라지고 낯섦이 물러난다. 특히 격렬한 감정이 동반되는 일을 할 때 우리는 ‘한몸’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격렬한 감정에서 발산되는 어떤 에너지가 끈처럼 참여한 사람들을 묶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하거나 응원할 때 ..

책 한누리 2023.05.20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https://youtu.be/l6cQYYbjuMo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문학광장' 누리집 개편 관계로 이승우의 문장배달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2023.05.04호)과 이수명의 시배달(김학중-「판」,2023.05.11호)이 함께 발송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이장욱의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을 배달하며 그리움이 어디서 생기는지 묻는다면, 나는 이 문장을 들려주겠다. 앙상하고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그리움의 대상이 고귀하고 가치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고귀하고 가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귀하고 가치가 있다고 해도 내가 앙상하지 않고 외롭지 않다면 그쪽으로 ..

책 한누리 2023.05.20

이승우의 문장배달 - 강석경, 『툰드라』중에서

이승우의 문장배달 - 강석경, 『툰드라』 중에서 https://youtu.be/hDT_zbW9yDw 강석경의 『툰드라』를 배달하며 미세한 사금파리 가루가 한밤에 눈 내리듯 가슴에 흩어지는 기분. 이별의 순간에 찾아오는 공허에 대한 표현이다. 사람들이 그런 순간에 술을 마시는 것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유해한 화학물이 심장에 달라붙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화학물이 심장에 달라붙기 전에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고통 때문이 아니라 공허 때문이라는 생각. 그것이 심장에 달라붙으면 치명적일 테니까, 그러니까 씻어내리든 토하든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 재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의 일침. 이별 이후에도 생존해야 한다는 이 깨달음의 ..

책 한누리 2023.04.25

이승우의 문장배달 -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

이승우의 문장배달 -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 https://youtu.be/61wFXsXPGWo 장희원의『남겨진 사람들』을 배달하며 모든 게 다 타버렸는데도 남아 있는 게 있다는 것, 이미 끝났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 그것은 어쩐지 자연적이지 않은 것 같다. 타버렸으면 없어져야 하고 끝났으면 사라져야 하는 게 자연의 이치에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어떤 것은 불에 타도 없어지지 않고 어떤 사랑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곳’에 다시 오게 되고, 자주 찾게 되고, 그렇게 살게 된다. 거짓말 같은 그런 일에 의지하여 우리의 삶이 유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짓말 같은 그걸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르는지도. 문학집배원 : 소설가 이..

책 한누리 2023.04.08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홍중, 『은둔기계』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홍중, 『은둔기계』 https://youtu.be/l_gbZBnis5w 김홍중의 『은둔기계』를 배달하며 어떤 사람이 한 많은 좋은 일들이 그 사람이 한 한 가지 나쁜 일로 인해 삽시간에 무너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세정(世情)이 그렇다. 세상의 잣대는 비중을 고려하지 않는다. 업적과 과오를 산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홍중의 저 문장은, 세상 물정이 그러하니 ‘쓰지도/하지도 말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문장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 아예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나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 데 소극적일 것을 권유하는 문장이 아니라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책 한누리 2023.04.08

이수명의 시배달 -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이수명의 시배달 -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https://youtu.be/XrfneY239pw 김동균의 『우유를 따르는 사람』을 배달하며 한 편의 그림이 떠오른다. 창가에서 우유를 따르는 당신의 모습이다. 우유도 하얗고, 앞치마도 하얗고, 당신도 흰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에 부드러운 빛이 쏟아진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 한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우유를 따르는 당신의 모습이 전부가 되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움에 끌리면 아름다움이 전부가 된다. 그래서 tv를 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출연”하고, “책에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등장한다.” 어디에나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있게 된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도” “우유를 옮기는 사람”도 없는데, 당신은 우유를 따르는 것을, 그 아름다운 모습..

책 한누리 202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