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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유희경,「톱과 귤」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유희경,「톱과 귤」 https://youtu.be/AsLpAhSOfKM 유희경의 『톱과 귤』을 배달하며 물건을 사는 일은 반복적이면서도 언제나 새롭다. 사려고 작정했던 것 말고 뭔가를 더 추가하는 것도 흥미롭다. 길가엔 언제나 물건들이 쌓여 있고, 그중 어느 것인가에 끌려 우리는 계획에 없던 것을 사게 된다. “오는 길에 사면 될 것을 서두르”는 이상한 순간적 심리가 작동하는 까닭이다. 이렇게 해서 구매한 물건들의 거의 불가능한 조합이 이루어진다. 톱을 사러 갔다가 귤도 사게 되는 것이다. 톱과 귤의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만남은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파격적인가를 알려준다. 귤 봉지가 톱니에 걸려 찢어지고 귤이 쏟아지는 것도 이러한 파격의 연장이다. 그리하여 귤이 바닥을 굴러..

시와 憧憬 2023.01.10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매일신문 DB... news.imaeil.com 빈 필의 신년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왈츠로 시작된다. 왈츠처럼 즐겁고 흥겨운 한 해를 만들어 가라는 기원이 담긴 음악이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이 음악회는 2차 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에 시작되었다. 꽃으로 장식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음악회를 지켜보면 즐겁다. 하지만 왈츠의 선율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으로 족하다. 이것은 슈트라우스 왈츠 속에 일정 부분 담겨 있는 통속성과 진부함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은근한 행복을 선사한다. 신년 음악회는 왈츠나 폴카 ..

風磬 小理 2023.01.04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9>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에디트 피아프. 매일신문DB... news.imaeil.com 한마디 말이 그토록 남용되었기에/ 내가 더 남용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 말이 그토록 멸시되었기에 당신이 더 멸시할 수도 없습니다. 셸리(1792-1822)의 시를 읽으며 두 세기 전에도 사랑이라는 말이 남용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온갖 사기꾼과 거짓말쟁이, 바람둥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오염되어 버린 지 오래다. 진정성과 진실성은 휘발되고 세속성만 남은 말을 쓰고 싶지 않아서 사랑한다는 말을 극도로 자제하는 사람도..

風磬 小理 2023.01.04

문학집배원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나현,「휴먼의 근사치」

문학집배원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나현,「휴먼의 근사치」 https://youtu.be/OFy3Oh5k1_Y 김나현의「휴먼의 근사치」를 배달하며 어떤 물음은 묻는 순간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 예컨대 이런 물음. “좋아한다는 건 무엇입니까?” 이 소설의 문장에 의하면, 좋아한다는 건 놓을 수 없는 것,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놓을 수 있던 것을 놓을 수 없게 되고, 포기할 수 있던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게 되면 선택에 제한이 생긴다. 놓을 수 없고 포기하기 어렵다. 좋아하는 대상(사람이든 일이든 물건이든)에 대해 부자유해진다. 무능력해진다. 좋아하지 않은 대상(사람이든 일이든 물건이든)에 대해서 우리는 자유롭다. 전능하다.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는 ..

책 한누리 2023.01.04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문보영 『도로』에서

https://youtu.be/wsCMxxnFqc8 문보영, 『도로』에서 날마다 눈을 뜬다 착실하게 악몽을 꾸었다 빈 골목에 실편백나무 한 주를 꽂자 골목이 편협해 진다 내가 협소해 눈을 떠 본다 질주하고 싶어 등을 떼어 내기 위해 탁 트인 도로를 달리면 온 몸을 이실 직고하는 기분이 들 거야 나의 등이 마치 나의 이변인 것처럼 달랄수록 등은 강렬해지므로 눈을 질끈 뜬다 눈을 아주 크게 뜨면 무엇과도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빨라 달랄수록 나의 등이 나를 바싹 따라 잡고 멈추자 등이 먼저 주저앉고 나는 사라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문학집배원] 문보영 「도로」을 배달하며 주변 어디서든지 달리는 사람을 많이 본다. 사람들은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달리는..

시와 憧憬 2022.12.23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8>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호두까기 인형' 공연 모습. 매일신문 DB... news.imaeil.com 아직도 망치로 호두를 깨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서 원시적인 도구로 호두를 깨는 것은 그리 세련된 풍경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터넷 쇼핑에서 파는 호두까기 인형을 구입할 것을 적극 권한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1892)은 독일 작가 E.T.A.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1816)을 각색한 2막 3장의 발레 음악이다. 차이코프스키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3곡의 발레 음악을 작곡했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공연..

風磬 小理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