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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9>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cassia 2023. 1. 4. 04:45

[시인 들려주는 클래식] <19>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9>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

에디트 피아프.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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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트 피아프. 대구매일신문DB

한마디 말이 그토록 남용되었기에/ 내가 더 남용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 말이 그토록 멸시되었기에 당신이 더 멸시할 수도 없습니다.

셸리(1792-1822)의 시를 읽으며 두 세기 전에도 사랑이라는 말이 남용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온갖 사기꾼과 거짓말쟁이, 바람둥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오염되어 버린 지 오래다. 진정성과 진실성은 휘발되고 세속성만 남은 말을 쓰고 싶지 않아서 사랑한다는 말을 극도로 자제하는 사람도 있다.

오래전 파리에 들른 적이 있다. 드골 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하고 경유하는 비행기였다. 파리의 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시내로 나갔다. 에펠탑과 샹젤리제를 거쳐 센 강 유람선을 탔다. 언뜻 생각나는 유일한 불어로 인사를 했다. "봉쥬르!" 건너편에서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봉수와르!"

파리의 모든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유람선은 미라보와 퐁네프 다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노트르담 사원을 지났다. 파리의 여름은 쌀쌀했다. 그때 어디선가 아코디언 소리가 바람에 실려 왔다. '파리의 하늘 아래'(Sous Le Ciel De Paris), 감동이 밀려왔다. 여기가 파리구나! 소리의 출처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밤의 파리를 돌아다녔지만 파리의 참모습을 느끼게 해준 것은 샹송이었다. 노래가 파리의 진짜 모습을 들려주었다.

샹송은 12세기 음유시인 트루바두르(troubadour)에서 유래한다. 귀족이나 기사 계급인 이들은 여러 지역을 편력하거나 궁정을 방문해 작시와 작곡을 했다. 트루바두르의 샹송은 지금까지 수천 편의 시와 수백여 곡의 노래로 남아 있으며 어느새 파리를 상징하는 음악이 되었다. 샹송은 멜로디와 가사를 음미해야 한다. 유행 따라 사라지는 노래가 아니라 세월이 가도 바래지 않는 삶의 진실을 담는다. 그래서 어느덧 파리 사람들의 인생이 되었다.

푸른 하늘이 우리 위로 무너지고/ 모든 땅이 꺼져버린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의 사랑이 있는 한/ 내게는 대단한 일도 아무 일도 아니에요.

어릴 때는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노래가 들리지 않았다. 나이를 먹고 인생의 온갖 고난을 경험하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호소력 짙은 음색, 가슴으로 파고드는 절절한 감성은 적어도 마흔은 넘어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엄중한 목소리로 그녀가 사랑에 대해 내린 정의는 누구도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1923년 작 소월(1902-1934)의 시에는 이미 이런 구절이 있었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 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사랑의 찬가'는 마음 깊숙이 침투해 영혼을 흔드는 호소력이 있다.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과 방황이 낳은 명곡이며 그녀의 뜨거운 삶을 압축한 노래기 때문일 것이다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문화부 jebo@imaeil.com
대구매일신문 입력 2022-12-26 (Mon) 

https://youtu.be/SkygA0B3E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