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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의 시배달 -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이수명의 시배달 -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https://youtu.be/XrfneY239pw 김동균의 『우유를 따르는 사람』을 배달하며 한 편의 그림이 떠오른다. 창가에서 우유를 따르는 당신의 모습이다. 우유도 하얗고, 앞치마도 하얗고, 당신도 흰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에 부드러운 빛이 쏟아진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 한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우유를 따르는 당신의 모습이 전부가 되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움에 끌리면 아름다움이 전부가 된다. 그래서 tv를 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출연”하고, “책에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등장한다.” 어디에나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있게 된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도” “우유를 옮기는 사람”도 없는데, 당신은 우유를 따르는 것을, 그 아름다운 모습..

책 한누리 2023.03.21

이승우의 문장배달 - 안윤 『남겨진 이름들』

이승우의 문장배달 - 안윤 『남겨진 이름들』 https://youtu.be/RJvks77ShHs 안윤의 『남겨진 이름들』을 배달하며 그렇지. 눈물은 배꼽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법이지.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꼽에서, 가장 안쪽,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서, 몸의 중심에서, 우리 존재의 기원이고 근원인 배꼽에서. 우리는 알지. 배꼽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라는 걸. 존재의 뿌리, 생명의 핵심이라는 걸. 영혼이라는 걸. 거기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눈물이 진짜지. 진짜 눈물은 왈칵, 어떤 예고나 과정 없이, 그야말로 왈칵, 화산이 폭발하듯 그렇게 갑자기 솟구쳐 올라오지. ‘왈칵’을 참는 건 불가능하지.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 안쪽을 꽉 깨무는 것은 ‘왈칵’일 때만 할 수 있는 행동이고, 그러나 ‘..

책 한누리 2023.03.09

이수명의 시배달 - 김연필, 『천문』

이수명의 시배달 - 김연필, 『천문』 https://youtu.be/W_81_vhBiQA 김연팔의 『천문』을 배달하며 밤이란 무엇인가. 날마다 지상을 가득 덮어버리는 어둠은 무엇인가. 천문학 같은 과학적 분석이나 철학의 심오함을 가지고 밤에 대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이나 철학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시는 말하기가 아니라 보여주기를 통해 밤을 제시한다. 그것도 어떤 상황으로 정돈된 한 장면이 아니라 그냥 밤의 여러 모습이다. 밤은 “해가 없는 밤”으로 어두우면서 또 “해가 없이 빛나는 밤”이기도 하다. 시는 밤의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냥 보여준다. 시에는 또 유리, 달빛, 거울, 겨울 같은 단어들이 등장한다. 이 단어들은 밤과 연결되어 밤의 여러 모습을..

시와 憧憬 2023.03.09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 https://youtu.be/gPPmGP9fCck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를 배달하며 울 일이 있을 때는 울어야 한다. 울 일이 있는데도, 씩씩한 척, 안 그런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울지 않다 보면, 정말로 울지 못하는 사람, 울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울어야 할 때 울어본 사람은 안다. 울음 안에 얼마나 큰 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울음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울 일이 없기를 바라서 울지 않았는데, 울 일이 없어지지는 않고 울 능력만 잃어버리게 되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울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원해야겠지만, 그 바람 때문에 울지 않는,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책 한누리 2023.03.02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이근화,「악수」

문학집배원 이수명의 시배달 - 이근화,「악수」 https://youtu.be/qIA7Y0L1zdE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이근화의 『악수』를 배달하며 제목만 ‘악수’이고 악수를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와 악수하는 건지 궁금하다. 시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바로 나와 악수하는 시이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 나와 만날까. 만나는 곳은 어디인가. 시에서 나는 종일 집에 있고 집에서 나를 만난다. 거미줄을 보며, 거울을 보며, 박혀 있는 못을 보며 나를 만난다. 거미가 거미줄에서 그러듯이 나는 집에 나를 매달고 뜯어낸다. 거울을 보면 괴물처럼 내가 있다. “몸이 검고 매끄럽고 슬프”기 때문인지 노래를 부른다. 박힌 못도 내 모습을 하..

시와 憧憬 2023.02.16

문학집배원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소연,「어금니 깨물기」

문학집배원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소연,「어금니 깨물기」 https://youtu.be/Zn8yELs15A4 김소연의 『어금니 깨물기』를 배달하며 나는, 나를 보내기 이전까지만 내가 머무는 장소일 뿐이다. 여기 내가 보낸 나가 있고, 나를 보낸 나가 있다. 나에게서 보내진 나는 수없이 많으니 ‘나들’이라고 하고, ‘나들’을 보낸 나는 한 명이니 ‘나’라고 하자.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이 시인은 보내진, 보내져 나를 떠난 ‘나들’, 어딘가 있을, 어디에 있는지 모를 ‘나들’이 진짜 나라고 한다. 보낸 나는 그저 내가 잠시 머무는 장소일 뿐이라고. 우리는 현재의 나에 집중하고 현재의 나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현재의 나만이 우리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나를 떠나, 어..

책 한누리 2023.02.12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2> 대상을 묘사하는 회화적인 음악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대상을 묘사하는 회화적인 음악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대상을 묘사하는 회화적인 음악 쇼팽. 매일신문 DB... news.imaeil.com 글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설득력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이 중요하다. 그리고 묘사, 서사, 설명, 논증 등의 다양한 서술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묘사는 대상의 특징을 마치 그림으로 그리듯이 본질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면 그 묘사는 성공한 것이다. 묘사는 공간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대상의 외모와 심리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현실에 실재하는 공간과 인물로 만들어낸다. 케텔비(1875-1959)의 '페르시..

風磬 小理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