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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cassia 2023. 1. 4. 10:55

[시인 들려주는 클래식] <2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2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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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2세. 매일신문 DB

 

빈 필의 신년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왈츠로 시작된다. 왈츠처럼 즐겁고 흥겨운 한 해를 만들어 가라는 기원이 담긴 음악이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이 음악회는 2차 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에 시작되었다. 꽃으로 장식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음악회를 지켜보면 즐겁다. 하지만 왈츠의 선율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으로 족하다. 이것은 슈트라우스 왈츠 속에 일정 부분 담겨 있는 통속성과 진부함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은근한 행복을 선사한다.

신년 음악회는 왈츠나 폴카 같은 춤곡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오페라 '박쥐'와 '집시 남작'의 서곡도 감칠맛 난다. 빈 필은 해마다 새로운 지휘자를 불러 연주하지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과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이어지는 앙코르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라데츠키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면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등지고 흥에 겨워 박수치고 발을 구르는 관객을 지휘하기에 이른다.

왈츠는 남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느린 3박자의 농민 무곡에 기원을 둔다. 19세기는 시민의 시대였다. 음악도 쇠퇴해 가던 귀족사회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새로 등장한 시민계층의 취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경음악과 대중음악이 발달했으며 갤럽, 폴카, 왈츠 같은 춤곡이 널리 보급되었다. 수준 높은 예술성을 지닌 왈츠 곡으로는 역시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 수 있다. '화려한 대 원무곡', '화려한 왈츠', 'C#단조 왈츠' 등은 실제 춤을 형상화시킨 연주회용 왈츠로 우아함이 넘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관현악으로 작곡되어 화려한 화성과 다양한 음색효과를 낸다. 400여 곡에 이르는 왈츠 중에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예술가의 생애', '빈 숲속의 이야기', '봄의 속삭임' 등은 특히 유명하다. '빈 숲속의 이야기'는 빌헬름 뮐러의 시를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의 민속 악기를 곁들여 빈 숲의 정경을 표현했다. 이 곡 역시 유쾌하지만 일정 부분 통속성을 지닌다. '빈 왈츠'을 두고 예술성을 가진 통속음악이라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빈 숲속의 이야기'를 라이트모티프로 삼아 만든 극이 있다. 헝가리 작가 외된 폰 호르바트가 쓴 희곡 「빈 숲속의 이야기」이다. 제목에 나타나듯이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희곡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희곡은 1931년에 탈고한 것으로 요한 슈트라우스가 이 곡을 작곡한 1868년과는 시간적 거리가 있다. 호르바트의 희곡은 1930년대 불안한 사회상을 보여주며 빈 교외에서 일어나는 소시민들의 삶을 그린다.

마리아네는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 오스카를 버리고 알프레드를 만나 사랑을 이루지만 그는 방탕한 건달이었다. 아이도 돌보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삶을 살던 마리아네는 하는 수 없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사디스트인 오스카에게로 돌아온다. 마리아네의 미래가 뻔히 보이지만 극에선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삶이란 원무를 추듯 순환하는 것이며 미래는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문화부 jebo@imaeil.com
대구매일신문 입력 2023-01-02 (Mon)

 

https://youtu.be/I2U1lXBpo8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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