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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https://youtu.be/l6cQYYbjuMo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문학광장' 누리집 개편 관계로 이승우의 문장배달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2023.05.04호)과 이수명의 시배달(김학중-「판」,2023.05.11호)이 함께 발송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이장욱의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을 배달하며 그리움이 어디서 생기는지 묻는다면, 나는 이 문장을 들려주겠다. 앙상하고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그리움의 대상이 고귀하고 가치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고귀하고 가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귀하고 가치가 있다고 해도 내가 앙상하지 않고 외롭지 않다면 그쪽으로 ..

책 한누리 2023.05.20

이수명의 시배달 - 심언주, 『식빵을 기다리는 동안』

이수명의 시배달 - 심언주, 『식빵을 기다리는 동안』 https://youtu.be/0T27tIBbfpw 심언주의 『식빵을 기다리는 동안』을 배달하며 식빵을 기다리며 식빵에 대해 생각한다. 식빵은 부풀어 오르고 네모 모양이다. 나도 식빵과 같은 삶이고 싶다. 식빵처럼 부풀어 올라 “속이 꽉 찬 소시민이 될 수 있고/위기마다 일어설 수도 있”으면 좋겠다. 또 식빵처럼 “네모를 유지해가며/메모하고 싶”다. 가볍고 탄성 있고 그러면서도 네모진 각을 유지하고 있는 식빵의 생생한 물성이 그려진다. 눅눅한 인간의 일상을 날려버리고 싶을 때 식빵이 옆에 있다. “식빵과 나란히 누워/일광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나는 이렇게 식빵에 의지하고 식빵을 붙잡는다. 왜 나는 항상 무너지고 위기가 올까. 왜 “낙타보다 식..

시와 憧憬 2023.04.29

이승우의 문장배달 - 강석경, 『툰드라』중에서

이승우의 문장배달 - 강석경, 『툰드라』 중에서 https://youtu.be/hDT_zbW9yDw 강석경의 『툰드라』를 배달하며 미세한 사금파리 가루가 한밤에 눈 내리듯 가슴에 흩어지는 기분. 이별의 순간에 찾아오는 공허에 대한 표현이다. 사람들이 그런 순간에 술을 마시는 것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유해한 화학물이 심장에 달라붙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화학물이 심장에 달라붙기 전에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고통 때문이 아니라 공허 때문이라는 생각. 그것이 심장에 달라붙으면 치명적일 테니까, 그러니까 씻어내리든 토하든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 재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의 일침. 이별 이후에도 생존해야 한다는 이 깨달음의 ..

책 한누리 2023.04.25

이수명의 시배달 - 강보원, 『파란 코끼리』

이수명의 시배달 - 강보원, 『파란 코끼리』 https://youtu.be/1VMptlIzO_c 강보원의 『파란 코끼리』를 배달하며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의 거리다. 은행이나 음식점, 술집, 카페가 늘어서 있는 거리를 거의 자동적으로 사람들은 걸어간다. 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다르다. “소울키친을 지나 커피빈을 지나 카페B를 지나 그 긴 코로 눈을 비비고 있는 파란 코끼리를 지나 주민 센터를 지나”다가 문득 자신이 파란 코끼리를 보았다는 생각에 가던 길을 되돌려 코끼리에게 돌아온다. 번화한 거리에 나열되어 있는 상호명들 속에서 코끼리는 무엇인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거울이나 유리에 반사된 그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어떤 회사의 로고나 스티커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앞에..

시와 憧憬 2023.04.14

이승우의 문장배달 -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

이승우의 문장배달 -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 https://youtu.be/61wFXsXPGWo 장희원의『남겨진 사람들』을 배달하며 모든 게 다 타버렸는데도 남아 있는 게 있다는 것, 이미 끝났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 그것은 어쩐지 자연적이지 않은 것 같다. 타버렸으면 없어져야 하고 끝났으면 사라져야 하는 게 자연의 이치에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어떤 것은 불에 타도 없어지지 않고 어떤 사랑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곳’에 다시 오게 되고, 자주 찾게 되고, 그렇게 살게 된다. 거짓말 같은 그런 일에 의지하여 우리의 삶이 유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짓말 같은 그걸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르는지도. 문학집배원 : 소설가 이..

책 한누리 2023.04.08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홍중, 『은둔기계』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홍중, 『은둔기계』 https://youtu.be/l_gbZBnis5w 김홍중의 『은둔기계』를 배달하며 어떤 사람이 한 많은 좋은 일들이 그 사람이 한 한 가지 나쁜 일로 인해 삽시간에 무너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세정(世情)이 그렇다. 세상의 잣대는 비중을 고려하지 않는다. 업적과 과오를 산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홍중의 저 문장은, 세상 물정이 그러하니 ‘쓰지도/하지도 말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문장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 아예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나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 데 소극적일 것을 권유하는 문장이 아니라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책 한누리 2023.04.08

이수명의 시배달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

이수명의 시배달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 https://youtu.be/-GFFuhLWQzg [문학집배원]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을 배달하며 마당에 무엇인가를 심는다는 것은 희귀하고 특별한 일이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당이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새로운 날씨가 된다면/새로운 곤충이 온다면/심을 수 있는 마당”이 된다. 지금의 날씨로는 안되고 날씨가 바뀌어야 한다. 또 새로운 곤충이 와야 한다. 이것은 현재의 마당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희원이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언제나 필요하다. 그래야 “심을 수 있는 마당”이 된다. 하지만 심는 것이 전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마당이 되어도, 발자국, 현기증, 내 방, 우주본을 심어도, 그 무..

시와 憧憬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