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문장배달 - 안윤 『남겨진 이름들』
안윤의 『남겨진 이름들』을 배달하며
그렇지. 눈물은 배꼽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법이지.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꼽에서, 가장 안쪽,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서, 몸의 중심에서, 우리 존재의 기원이고 근원인 배꼽에서. 우리는 알지. 배꼽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라는 걸. 존재의 뿌리, 생명의 핵심이라는 걸. 영혼이라는 걸. 거기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눈물이 진짜지. 진짜 눈물은 왈칵, 어떤 예고나 과정 없이, 그야말로 왈칵, 화산이 폭발하듯 그렇게 갑자기 솟구쳐 올라오지. ‘왈칵’을 참는 건 불가능하지.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 안쪽을 꽉 깨무는 것은 ‘왈칵’일 때만 할 수 있는 행동이고, 그러나 ‘왈칵’이기 때문에, 입술 안쪽을 아무리 꽉 깨물어도 치솟는 눈물을 막을 수 없지. 결국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지. 우리는 알지. 존재의 중심인 배꼽이 흔들리지 않은 채 나오는 눈물도 세상에 많다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통제될 수 있는, 그런데도 막지 않고, 통제하지 않고, 막는 시늉, 통제하는 시늉만 하는 눈물이 어떤 눈물인지 우리는 알지. 막을 수 있다면, 막을 수 있는데 막지 않고 막는 시늉만 하고 있다면, 그 눈물은 ‘왈칵’이 아니고, 배꼽에서부터 솟구친 것도 아니지. 가장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야 하지. 중심에서 왈칵! 그게 눈물이지.
문학집배원 소설가 이승우 2023.03.09(Thu)
작가:안윤
출전:안윤 『남겨진 이름들』,문학동네, 2022, 202쪽
안윤의 『남겨진 이름들』을 배달하며 – 문학광장 문장 (munj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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