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먹기러기들」(낭송 유종인) 유종인, 「먹기러기들」(낭송 유종인) 유종인, 「먹기러기들」 아비는 오랜만에 붓글씨를 쓰고 어린 딸내미 둘은 오래된 신문지에 붓을 가지고 분탕질이다 재밌어 붓이, 논다 아비의 붓은 무거운데 딸내미들 붓은 그예 먹물을 튀겨, 사단이다 얼굴에서 목덜미, 티셔츠까지 먹물이 곳곳에.. 시와 憧憬 2013.11.26
김선재, 「태양의 서쪽」(낭송 김선재) 김선재, 「태양의 서쪽」(낭송 김선재) 김선재, 「태양의 서쪽」 이곳에 다다른 햇살은 지상에서 가장 가파른 절벽이다 본 적 없는 태양의 뒤편 그 저녁이 주기를 이루어 저물어갈 때 국경의 여인숙은 불을 켜고 하루를 떠내려온 우리들 행장을 풀고 태양의 적멸을 보네 이곳은 고대 사원.. 시와 憧憬 2013.11.19
기형도, 「집시의 시집」(낭송 최광덕) 기형도, 「집시의 시집」(낭송 최광덕) 기형도, 「집시의 시집」 1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는 그해 가을 우리 마을에 잠시 머물다 떠난 떠돌이 사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른들도 그를 그냥 일꾼이라 불렀다. 2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손을 가리켜 神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그것을 움직이.. 시와 憧憬 2013.11.12
서안나, 「의자」(낭송 서안나) 서안나, 「의자」(낭송 서안나) 서안나, 「의자」 너를 살까 생각 중이야 나를 태우고 사막으로 달려가 흰 뼈처럼 명상에 잠기는 소처럼 순한 눈을 끔벅거리는 으르렁거리며 둥그런 엉덩이를 덥석 삼키는 7월에 잃어버린 고양이를 생각하는 가끔 뿌리를 뻗어 내 영혼을 읽는 사람이 아닐.. 시와 憧憬 2013.11.05
이상, 「꽃나무」(낭송 장인호) 이상, 「꽃나무」(낭송 장인호) 이상, 「꽃나무」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熱心)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 시와 憧憬 2013.10.29
권선희, 「집어등(集魚燈)」(낭송 선정화) 권선희, 「집어등(集魚燈)」(낭송 선정화) 권선희, 「집어등(集魚燈)」 집어등을 하나 얻었다 망망대해에서 삐끼질 하는 놈 수천 촉 아찔함을 쏘며 오징어떼 후리는 놈 치곤 참 순하게 생긴 녀석이다 저녁이 오자 오두막엔 잘잘한 별들이 내려앉고 축항을 치는 파도소리 크다 백열등 알전.. 시와 憧憬 2013.10.23
이진명, 「춤」(낭송 이진명) 이진명, 「춤」(낭송 이진명) 이진명, 「춤」 아이는 지금 춤이다 춤추는 게 아니고 춤이다 아이가 식탁머리에서 밥 먹다가 문득 멈추고 뭣에 겨운지 겨운 웃음을 탱탱히 머금고 제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며 두 눈을 빛내다 이윽고 손짓 몸짓 더불어 쟁반의 구슬 굴러간다는 꼭 그.. 시와 憧憬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