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낭송 최치언) 유홍준,「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낭송 최치언) 유홍준,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 시와 憧憬 2014.09.02
[스크랩] 사람 / 박찬 사람 박찬(1948~2007)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괭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모를 순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쯤 만나고 싶다 -시집 ☜ 화염길(민음의 시 71) eBook 박찬 지음 | 민음사 | 1995.05.01 시와 憧憬 2014.09.01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 jim Reeves Sings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늘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 시와 憧憬 2014.08.28
오태환, 「안다미로 듣는 비는」(낭송 장성익) 오태환, 「안다미로 듣는 비는」(낭송 장성익) 오태환, 「안다미로 듣는 비는」 처마맡에 널어 말린 동지(冬至)께 무청처럼 간조롱히 뿌리는 비는 한 치 두 치 나비 재며 한 냥쭝 두 냥쭝 저울에 달며 는실난실 날리는 비는 일껏 발품이나 팔며 그늘마다 구름 기슭 볕뉘처럼 움트는 비는 전.. 시와 憧憬 2014.08.26
박용래 /겨울밤, 겨울시, & 고은 박용래의 시 겨울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저녁눈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 시와 憧憬 2014.08.22
심재휘, 「중국인 맹인 안마사」(낭송 장성익) 심재휘, 「중국인 맹인 안마사」(낭송 장성익) 심재휘, 「중국인 맹인 안마사」 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에 그의 가게가 있다 하나뿐인 안마용 침상에는 가을비가 아픈 소리로 누워 있다 주렴 안쪽의 어둑한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한 가닥 한 가닥 비의 상처들을 헤아리고 있는 맹인 안.. 시와 憧憬 2014.08.18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1945~ )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 시와 憧憬 201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