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몸의 신비, 혹은 사랑」(낭송 윤미애) 최승호, 「몸의 신비, 혹은 사랑」(낭송 윤미애) 몸의 신비 혹은 사랑 -최승호-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 시와 憧憬 2010.08.30
박형권, 「우리 동네 집들」(낭송 장인호) 박형권, 「우리 동네 집들」(낭송 장인호) 우리 동네 집들 / 박 형 권 좋은 사이들이 말을 할 때 가만히 눈매를 바라보는 것처럼 손끝으로 입을 가리는 것처럼 겨드랑이를 쿡 찌르고 깔깔대는 것처럼 우리 동네 집들이 말을 한다 파란 대문 집은 아직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외등을 켜고 군.. 시와 憧憬 2010.08.23
송재학, 「사물 A와 B」(낭송 정인겸) 송재학, 「사물 A와 B」(낭송 정인겸 까마귀가 울지만 내가 울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의 날 것이 불평하며 오장육부를 이리저리 헤집다가 까마귀의 희로애락을 흉내내는 것이다 까마귀를 닮은 동백숲도 내 몸 속에 몇 백평 쯤 널렸다까마귀 무리가 바닷바람을 피해 붉은 은신처를 찾았다면 개.. 시와 憧憬 2010.08.16
별이 뜰 때 / 이기철 별이 뜰 때 이기철 나는 별이 뜨는 풍경을 삼천 번은 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별이 무슨 말을 국수처럼 입에 물고 이 세상 뒤란으로 살금살금 걸어오는지를 말한 적이 없다 별이 뜨기 전에 저녁쌀을 안쳐놓고 상추 뜯으러 나간 누이에 대해 나는 쓴 일이 없다 상추 뜯어 소쿠리에 담아 돌아오는 누이.. 시와 憧憬 2010.08.12
마음의 달/천양희 마음의 달 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芒草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 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 시와 憧憬 2010.08.11
정병근, 「물방울, 송곳」(낭송 정병근) 정병근, 「물방울, 송곳」(낭송 정병근) 물방울, 송곳 정병근 이 기억을 모두 잊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시간이 어찌 지금만일 수 있으리 물방울이 맺힌다 한 방향으로만 걸어 온 기억이 마지막 시간을 쥐어짜고 있다 올 데까지 온 기억의 장렬한 최후 결심을 끝낸 물방울이 떨어진다 .. 시와 憧憬 2010.08.09
진은영「물속에서」(낭송 진은영) 진은영「물속에서」(낭송 진은영) 물속에서 진은영 가만히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내가 모르는 일이 흘러와서 내가 아는 일들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떨고 있는 일 나는 잠시 떨고 있을 뿐 물살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 일 물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푸르던 것이 흘러와서 다시 푸르른 .. 시와 憧憬 201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