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 시와 憧憬 2013.01.18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낭송 빈혜경)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낭송 빈혜경)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 시와 憧憬 2013.01.15
신현락, 「고요의 입구」(낭송 변진완) 신현락, 「고요의 입구」(낭송 변진완) 신현락, 「고요의 입구」 개심사 가는 길 문득 한 소식 하려는가 나무들 서둘러 흰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위를 털면서 숲 속으로 사라지는 길도 금세 눈으로 소복하다 여기에 오기까지 길에서 나는 몇 번이나 개심(改心)하였을까 한 송이 눈이 .. 시와 憧憬 2013.01.07
동짓달 / 황진이 동짓달 /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본명은 진, 기명은 명월. 조선 중종 때 송도의 기생. 지난밤에 하얀 눈이 내렸나 보다. 해운대 바다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문학모임에 참.. 시와 憧憬 2013.01.02
이창기, 「즐거운 소라게」(낭송 노계현) 이창기, 「즐거운 소라게」(낭송 노계현) 이창기, 「즐거운 소라게」 잘 다듬은 푸성귀를 소쿠리 가득 안은 막 시골 아낙이 된 아내가 쌀을 안치러 쪽문을 열고 들어간 뒤 청솔모 한 마리 새로 만든 장독대 옆 계수나무 심을 자리까지 내려와 고개만 갸웃거리다 부리나케 숲으로 되돌아.. 시와 憧憬 2012.12.31
[한시] 한 해가 간다 - 이익 한 해가 간다 - 이익 창가에 쓸쓸히 앉아 친구들을 그리노니 계절 따라 풍경은 어수선하게 바뀌었다. 덧없는 인생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 저무는 한 해는 전쟁에 패한 군사. 사람들은 묵은해 간다고 환호하지만 심란한 벗의 마음은 산 너머 구름이리라. 가득 따른 술잔일랑 취기 어려 남겨.. 시와 憧憬 2012.12.30
못 - 김기림 못 - 김기림 모-든 빛나는 것 아롱진 것을 빨아 버리고 못은 아닌 밤중 지친 瞳子처럼 눈을 감었다. 못은 수풀 한복판에 뱀처럼 서렸다 뭇 호화로운 것 찬란한 것을 녹여 삼키고 스스로 제 沈默에 놀라 소름친다 밑 모를 맑음에 저도 몰래 으슬거린다 휩쓰는 어둠 속에서 날(刃)처럼 흘김은.. 시와 憧憬 201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