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의 시배달 - 김학중,「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문학광장' 누리집 개편 관계로 이승우의 문장배달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2023.05.04호)과 이수명의 시배달(김학중-「판」,2023.05.11호)이 함께 발송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김학중의「판」을 배달하며
숙소와 집은 다르다. 숙소가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이라면 집은 육체적, 정신적 휴식처다. “우리가 묵어온 모든 자리가/서로 다른 장소였다 할지라도/단 하나의 집이라고 생각하니 따듯했다”에서 알 수 있듯, 아내와 나는 집이 아니라 다른 숙소에 머물러 있다. 다른 곳에서 하나의 집을 생각한다. “그녀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잠드는 곳에/나 또한 이미 도착해 있다는 느낌”은, 각자의 노동의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우리가 하나의 집에 도착해 있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이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판이다. 판구조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사실/액체 위에 떠 있는 판과 같”은 것이라면, 아내와 나는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판에서 잠드는 것이다. 판은 집이고 집은 판이다. 그러므로 “집이라는 거대한 판의 이미지를 덮고 잠드”는 우리에게 지상의 거처는 모두 집이 된다. 우리는 그 집에서 빵을 굽고 짐을 풀어둘 수 있다.
문학집배원: 시인 이수명 2023.05.11(thu)
출전: 『바닥의 속으로 여기까지』, 걷는 사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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