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167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홍중, 『은둔기계』

이승우의 문장배달 - 김홍중, 『은둔기계』 https://youtu.be/l_gbZBnis5w 김홍중의 『은둔기계』를 배달하며 어떤 사람이 한 많은 좋은 일들이 그 사람이 한 한 가지 나쁜 일로 인해 삽시간에 무너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세정(世情)이 그렇다. 세상의 잣대는 비중을 고려하지 않는다. 업적과 과오를 산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홍중의 저 문장은, 세상 물정이 그러하니 ‘쓰지도/하지도 말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문장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 아예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나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 데 소극적일 것을 권유하는 문장이 아니라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책 한누리 2023.04.08

이수명의 시배달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

이수명의 시배달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 https://youtu.be/-GFFuhLWQzg [문학집배원] 안태운의 『심을 수 있는 마당』을 배달하며 마당에 무엇인가를 심는다는 것은 희귀하고 특별한 일이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당이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새로운 날씨가 된다면/새로운 곤충이 온다면/심을 수 있는 마당”이 된다. 지금의 날씨로는 안되고 날씨가 바뀌어야 한다. 또 새로운 곤충이 와야 한다. 이것은 현재의 마당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희원이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언제나 필요하다. 그래야 “심을 수 있는 마당”이 된다. 하지만 심는 것이 전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마당이 되어도, 발자국, 현기증, 내 방, 우주본을 심어도, 그 무..

시와 憧憬 2023.04.08

이수명의 시배달 -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이수명의 시배달 - 김동균, 『우유를 따르는 사람』 https://youtu.be/XrfneY239pw 김동균의 『우유를 따르는 사람』을 배달하며 한 편의 그림이 떠오른다. 창가에서 우유를 따르는 당신의 모습이다. 우유도 하얗고, 앞치마도 하얗고, 당신도 흰 얼굴을 하고 있다. 여기에 부드러운 빛이 쏟아진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 한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우유를 따르는 당신의 모습이 전부가 되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움에 끌리면 아름다움이 전부가 된다. 그래서 tv를 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출연”하고, “책에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등장한다.” 어디에나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있게 된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도” “우유를 옮기는 사람”도 없는데, 당신은 우유를 따르는 것을, 그 아름다운 모습..

책 한누리 202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