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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문장배달 - 강석경, 『툰드라』중에서

이승우의 문장배달 - 강석경, 『툰드라』 중에서 https://youtu.be/hDT_zbW9yDw 강석경의 『툰드라』를 배달하며 미세한 사금파리 가루가 한밤에 눈 내리듯 가슴에 흩어지는 기분. 이별의 순간에 찾아오는 공허에 대한 표현이다. 사람들이 그런 순간에 술을 마시는 것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유해한 화학물이 심장에 달라붙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화학물이 심장에 달라붙기 전에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고통 때문이 아니라 공허 때문이라는 생각. 그것이 심장에 달라붙으면 치명적일 테니까, 그러니까 씻어내리든 토하든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 재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의 일침. 이별 이후에도 생존해야 한다는 이 깨달음의 ..

책 한누리 2023.04.25

이수명의 시배달 - 강보원, 『파란 코끼리』

이수명의 시배달 - 강보원, 『파란 코끼리』 https://youtu.be/1VMptlIzO_c 강보원의 『파란 코끼리』를 배달하며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의 거리다. 은행이나 음식점, 술집, 카페가 늘어서 있는 거리를 거의 자동적으로 사람들은 걸어간다. 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다르다. “소울키친을 지나 커피빈을 지나 카페B를 지나 그 긴 코로 눈을 비비고 있는 파란 코끼리를 지나 주민 센터를 지나”다가 문득 자신이 파란 코끼리를 보았다는 생각에 가던 길을 되돌려 코끼리에게 돌아온다. 번화한 거리에 나열되어 있는 상호명들 속에서 코끼리는 무엇인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거울이나 유리에 반사된 그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어떤 회사의 로고나 스티커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앞에..

시와 憧憬 2023.04.14

이승우의 문장배달 -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

이승우의 문장배달 - 장희원, 『남겨진 사람들』 https://youtu.be/61wFXsXPGWo 장희원의『남겨진 사람들』을 배달하며 모든 게 다 타버렸는데도 남아 있는 게 있다는 것, 이미 끝났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 그것은 어쩐지 자연적이지 않은 것 같다. 타버렸으면 없어져야 하고 끝났으면 사라져야 하는 게 자연의 이치에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어떤 것은 불에 타도 없어지지 않고 어떤 사랑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곳’에 다시 오게 되고, 자주 찾게 되고, 그렇게 살게 된다. 거짓말 같은 그런 일에 의지하여 우리의 삶이 유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짓말 같은 그걸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르는지도. 문학집배원 : 소설가 이..

책 한누리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