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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문장배달 - 안윤 『남겨진 이름들』

이승우의 문장배달 - 안윤 『남겨진 이름들』 https://youtu.be/RJvks77ShHs 안윤의 『남겨진 이름들』을 배달하며 그렇지. 눈물은 배꼽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법이지.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꼽에서, 가장 안쪽,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서, 몸의 중심에서, 우리 존재의 기원이고 근원인 배꼽에서. 우리는 알지. 배꼽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라는 걸. 존재의 뿌리, 생명의 핵심이라는 걸. 영혼이라는 걸. 거기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눈물이 진짜지. 진짜 눈물은 왈칵, 어떤 예고나 과정 없이, 그야말로 왈칵, 화산이 폭발하듯 그렇게 갑자기 솟구쳐 올라오지. ‘왈칵’을 참는 건 불가능하지.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 안쪽을 꽉 깨무는 것은 ‘왈칵’일 때만 할 수 있는 행동이고, 그러나 ‘..

책 한누리 2023.03.09

이수명의 시배달 - 김연필, 『천문』

이수명의 시배달 - 김연필, 『천문』 https://youtu.be/W_81_vhBiQA 김연팔의 『천문』을 배달하며 밤이란 무엇인가. 날마다 지상을 가득 덮어버리는 어둠은 무엇인가. 천문학 같은 과학적 분석이나 철학의 심오함을 가지고 밤에 대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이나 철학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시는 말하기가 아니라 보여주기를 통해 밤을 제시한다. 그것도 어떤 상황으로 정돈된 한 장면이 아니라 그냥 밤의 여러 모습이다. 밤은 “해가 없는 밤”으로 어두우면서 또 “해가 없이 빛나는 밤”이기도 하다. 시는 밤의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냥 보여준다. 시에는 또 유리, 달빛, 거울, 겨울 같은 단어들이 등장한다. 이 단어들은 밤과 연결되어 밤의 여러 모습을..

시와 憧憬 2023.03.09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 https://youtu.be/gPPmGP9fCck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를 배달하며 울 일이 있을 때는 울어야 한다. 울 일이 있는데도, 씩씩한 척, 안 그런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울지 않다 보면, 정말로 울지 못하는 사람, 울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울어야 할 때 울어본 사람은 안다. 울음 안에 얼마나 큰 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울음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울 일이 없기를 바라서 울지 않았는데, 울 일이 없어지지는 않고 울 능력만 잃어버리게 되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울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원해야겠지만, 그 바람 때문에 울지 않는,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책 한누리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