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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cassia 2023. 5. 20. 09:21

이승우의 문장배달 -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https://youtu.be/l6cQYYbjuMo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하는 ‘문학광장’에서 제공합니다. '문학광장' 누리집 개편 관계로 이승우의 문장배달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2023.05.04호)과 이수명의 시배달(김학중-「판」,2023.05.11호)이 함께 발송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이장욱의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을 배달하며

그리움이 어디서 생기는지 묻는다면, 나는 이 문장을 들려주겠다. 앙상하고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그리움의 대상이 고귀하고 가치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고귀하고 가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귀하고 가치가 있다고 해도 내가 앙상하지 않고 외롭지 않다면 그쪽으로 마음이 쉬 기울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 대상이 고귀하고 가치 있다는 것은 내가 앙상하고 외롭기 때문에 발견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나의 앙상함과 외로움이 상대에게서 훌륭함을 찾아내게 했을 수 있다. 그리워하기 위해서.
  이어지는 ‘안간힘을 다해서’라는 구절이 이런 가정에 힘을 보태주는 것 같다. 서로의 의미를 채워주기 위해, 서로의 고귀함과 가치를 찾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니 그리움은 저절로 생기는 어떤 기분이 아니라, 애써서 추구하는 어떤 갈망인 것이다.
  그리움의 대상인 ‘누군가’가 언제나 타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반드시 둘 이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앙상하고 외로운 존재인 자신에게 의미를 주기 위해 가상의 자아를 만들어 마주하기도 한다.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이라는 블로그를 다른 이름으로 운영하는 이장욱 소설의 인물처럼. 그럴 때 이 ‘서로의 의미 채우기’는 생존의 몸부림과 구분되지 않고……, 그러니 그리움이란 얼마나 처절한 것이냐.

문학집배원: 소설가 이승우 2023.05.04 (thu)

출전: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문학동네, 2019,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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