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봄 노래」(낭송 황인숙) 황인숙, 「봄 노래」(낭송 황인숙) 낮잠 좀 자려는데 동네 아이 쉬지 않고 대문을 두드리네. “공좀 꺼내주세요!” 낮잠 좀 자려는데 어쩌자구 자꾸만 공을 넘기는지. 톡톡톡 누가 창문을 두드리네. “하루해 좀 꺼내주세요!” 아아함, 낮잠 좀 자려는데. 마음껏 꺼내가렴! 대문을 활짝 열.. 시와 憧憬 2013.06.24
최승호, 「무인칭의 죽음」(낭송 이혜미) 최승호, 「무인칭의 죽음」(낭송 이혜미) 뒷간에서 애를 낳고 애가 울자 애가 무서워서 얼른 얼굴을 손으로 덮어 죽인 미혼모가 고발하고 손가락질하는 동네사람들 곁을 떠나 이제는 큰 망치 든 안짱다리 늙은 판사 앞으로 가고 있다 그 죽은 핏덩어리를 뭐라고 불러야 서기(書記)가 받아.. 시와 憧憬 2013.06.17
이승희,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낭송 이승희) 이승희,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혼자 말하고 빛을 뿜어내는 텔레비전 한 대가 있는 헌책방」(낭송 이승희) 헌책방 불빛은 참 착하다. 저녁 내내 그 불빛 아래에서 헌책처럼 말이 없던 사내와 그 사내를 닮아 더욱더 말이 없는 의자가 말없음으로 서로 껴안고 우는 시간에도 가만히 .. 시와 憧憬 2013.06.10
이병기, 「난초」(낭송 홍서준) 이병기, 「난초」(낭송 홍서준) 이병기, 「난초」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 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 시와 憧憬 2013.06.03
정현종, 「이런 시야가 어디 있느냐」(낭송 정인겸) 정현종, 「이런 시야가 어디 있느냐」(낭송 정인겸) 정현종, 「이런 시야가 어디 있느냐」 청계산 능선을 가는데 어느 지점에서 홀연히 눈앞이 빛 천지다! 진달래꽃 때문이다. 천지에 웃음이 가득, 이런 빛 녈반이 어디 있느냐. 이런 시야(視野)가 어디 있느냐. (모든 종교들, 이념들, 철학.. 시와 憧憬 2013.05.27
박연준, 「돌아보면 뒤가 파란」(낭송 박연준) 박연준, 「돌아보면 뒤가 파란」(낭송 박연준) 박연준, 「돌아보면 뒤가 파란」 노란 꽃 속을 돌아다녔다 거친 계단을 만났다 갑자기 가슴이 볼록해졌다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았다 꿈속에서도 거짓말을 했다 솜털처럼 복슬복슬, 부드러운 칼이 이봐, 여긴 내 침대야! 곤두서서 외쳤다 거.. 시와 憧憬 2013.05.14
김병호, 「세상 끝의 봄」(낭송 김병호) 김병호, 「세상 끝의 봄」(낭송 김병호) 세상 끝의 봄 - 김병호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와 憧憬 201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