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홰

어버이날,

cassia 2005. 5. 8. 09:43

어버이날,

혼자 계신 시어머님께

꽃 한송이 보내놓고 혼자 있으려니

괜스레 콧허리가 찡합니다.

 

여기저기 바쁘게 꽃달아드릴 곳이 많던 그때

고마워하는 당신들 모습이 왜 그렇게 속이 상했는지

이제야, 되돌아 생각나면서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이제사,

그 마음이 조금 보이니,...

다 보일 때 쯤이면 너무 늦을꺼라던 선배들 말씀이

송곳같습니다..

 

그저 좋아서 꽃 한송이 달아드리는데

눈시울까지 붉히시던 어머니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던게지요..

 

생각하면,

나면서 부터 유난스레 병치레가 잦아서 주변에서는 포기하라는

핏덩이를 살려서 그래도 출가하여 아들 딸 낳고 사는게

당신에겐 그대로 벅참이었던 것을,..

 

어제는 그간 미루고미루던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업에 바쁜 서울동생까지 와 주어서 엄살도 좀 피웠습니다..ㅎㅎ

 

아이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밤늦어서야 알고는 무지 속상해 하는 딸아이 마음,..알기에

그냥 가만 있을겁니다..지도 알겠지요..세월이 지나면,...

 

 

이렇게 뭔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지금 너무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수술실로 실려 가면서

지켜보는 야쓰와 동생에게

"살아 올테니까 걱정말어,..ㅎㅎㅎ" 하면서도 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이럴까 싶기도 했었지요...

마취가 퍼지기도 전에.....들리는 온갖 쇠붙이 기구들의 부딪히는 소리는

여러번째여도 소름이 끼쳤지만 ...

 

이렇게 음악을 들으며 뭔가 할 수 있는 지금이

과연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건지,..

퇴원인사를 하는데

"참 힘든 수술인데도 잘 참아주셔서 잘 해 낼 수 있어요.."..라던

해맑은 모습의 중년의 담당의사,...

 

사람이 참 좋아집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특별히

나쁘다거나 싫은 사람을 만난 적은 없었던 것에 대하여

새삼 사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모두가 축복인 것을,...
그래,내가 있으므로써 행복해 하는 이가 있다는 것,

한가지만으로도 존재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달력을 봅니다..

다음 주 일요일이 초파일입니다..

 

창을 열고 둘레 곳곳에 온전히 지키고 있을 어머님의 神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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