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7) 도데미풀]

cassia 2017. 5. 30. 18:57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7) | 도데미풀] '천상의 화원'서 자라는 한국 고유종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문순화 작가 2017.05.30 (화)


고산지대 습한 곳에 서식… 문 작가를 풍경에서 야생화로 바꾸게 이끌어


꽃이 지천으로 널린 봄이다. 매화가 지자마자 목련과 벚꽃에 이어 개나리, 이팝나무, 진달래, 영산홍, 산철쭉 등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로 봄꽃의 화사함을 자랑한다. 철쭉도 곧 터트릴 기세로 잔뜩 꽃망울을 움츠리고 있다. 거기에 야생화도 한 몫 한다. 아무도 모르는 새 낙엽을 살포시 뚫고 올라와 형형색색의 꽃으로 바닥을 수놓는다. 관목과 교목이 공중을 울긋불긋 물들인다면 초본식물은 땅 위를 수놓는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1989년 소백산에서 찍은 모데미풀.


봄은 봄이다. 잠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산으로 들로 나가보면, 봄의 천연색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의 향연과 함께 눈의 호사를 누리면서 심신을 힐링할 절호의 기회다.


5월의 대표적 야생화 중의 하나가 모데미풀이다. 낙엽을 뚫고 올라오는 흰 듯 연분홍빛 꽃은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문순화 사진작가를 풍경작가에서 야생화 사진작가로 돌려놓는 결정적 역할을 한 야생화이기도 하다.


문 작가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풍경작가였다. 전국의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렌즈에 담았다. 풍경사진작가의 욕심은 일출과 일몰 장면은 빼놓지 않는다. 문 작가가 소백산 풍경을 담기 위해 텐트를 치고(당시엔 가능했다) 있을 무렵, 소백산 연화봉 일출을 찍고 내려오는데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발길을 멈추게 했다. 소백산 천상의 화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모데미풀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자기를 보란 듯 뽐냈다.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찍고 또 찍었다.


그 얼마 전 지리산 고사목을 찍기 위해 장터목에서 천왕봉 사이를 누빌 때 동자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자꽃에 이어 모데미풀이 한 사진작가의 목표를 바꾸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문 작가는 한국 최초로 야생화 달력을 내는 쾌거를 이뤘다.


문 작가의 야생화 작업은 식물학자 고 이영노 박사가 있었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문 작가가 모데미풀이란 이름을 안 것도 이 박사에 의해서였다. 문 작가가 찍은 모데미풀을 이 박사에게 보여 주니, 항상 그렇듯이 이 박사는 “이걸 어디서 봤느냐”며 “거기 같이 가보자”고 해서 같이 간 곳이 바로 소백산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현진오 박사와도 두 차례 답사했다.


문 작가는 모데미풀을 소백산, 가리왕산, 광덕산, 월악산, 설악산, 덕유산 등지에서 봤다. 하지만 도감에는 광덕산이나 가리왕산은 아직 표기되어 있지 않다. 도감에는 환경부 지정 한국 특산종으로 소백산, 덕유산, 강원도 설악산 등지 다소 습기가 있는 곳에 자라는 고산성 식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 특산식물로서 세계에서 1속 1종뿐이다. 점봉산이 북방한계지역인데 온난화로 인해 점차 북상하고 있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기도 한 모데미풀은 소백산 깃대종이다. 한라산에서도 해발 1,200m 고지 계곡사면 습한 곳에 주로 자생하고 있다.


지리산 남원 운봉 모데미란 곳에서 일본인 학자 오이 지사부로가 1935년 처음 발견했다고 해서 모데미란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학명에도 ‘Ohwi’가 병기돼 있다. 학명의 첫 속명 ‘Megaleranthis’는 크다는 뜻의 희랍어 ‘mega’와 너도바람꽃의 ‘Eranthis’의 합성어다. 즉 Eranthis보다 크다는 의미다. 학명의 종명 ‘saniculifolia’는 참반디속 sanicula의 잎과 닮은 데서 유래했다. 즉 참반디속잎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꽃말은 ‘슬픈 추억’.


도감에 기록된 모데미풀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리산 이북 높은 산에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특성은 상대습도가 높은 곳이나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키는 20~40cm 정도이며, 잎은 긴 잎자루에서 3개로 갈라지며, 잎자루가 짧고 2~3개로 깊게 갈라진 다음 톱니가 생기거나 다시 2~3개로 갈라지며, 양면에 털이 없고 톱니 끝이 뾰족하다. 꽃은 백색으로 지름이 2cm 정도이며 꽃줄기가 1개 나와 상층부에 꽃이 1개 달리고, 길이는 5mm 정도이다. 5월에 핀다. 열매는 7월쯤 핀다. 운봉금매화, 금매화아재비라고도 부른다. 독이 강해서 먹으면 안 된다.’


학명 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


생물학적 분류
식물계(Plantae)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미나리아재비과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71호] 20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