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9) 광릉골무꽃]

cassia 2017. 7. 31. 21:21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9) | 광릉골무꽃] 골무같이 생기고 광릉이 고향인 한국 고유종

 

글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 문순화 작가 / 2017.07.31 (월) / [573호] 2017.07


청계산에서 처음 본 뒤 수도권 외 지역서 본 적 없어… 꽃말은 의협심
 

광릉골무꽃은 출신이 광릉이다. 광릉은 한국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생물자원의 보고寶庫 같은 숲이다. 17종의 광릉 특산식물 등 938종의 자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18종의 천연기념물 포함 총 5,993종의 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광릉 출신이니 경기도권이 주요 서식지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경기도 외에서 발견했다는 보고도 아직 없다. 야생화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 문순화 사진작가도 경기도권 외에서 본 적이 없다. 이만하면 광릉이 확실한 고향이라 할 수 있겠다.


문 작가는 1980년대 중반쯤 광릉골무꽃을 처음 봤다. 한국에서 최초로 야생화 달력을 내고, 그 반응에 놀라 더욱 열심히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름 모를 야생화를 렌즈에 담을 때였다. 사실은 문 작가가 꽃이름을 알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이지만 그의 눈에 띈 건 훨씬 전일지도 모른다. 그가 야생화 사진을 담기 전에는 한국의 산하를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문순화 사진작가가 1985년 청계산에서 처음 목격한 광릉골무꽃.


그가 처음 본 건 의외로 집에서 가까운 서울 청계산에서였다. 야생화를 담으려 멀리 가지 않을 때는 인근 산에라도 가야 직성이 풀렸다. 산에 가면 무조건 모르는 야생화를 죄다 렌즈에 담았다. 광릉골무꽃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 이후 남한산성과 검단산, 분당 옆 불곡산 등지에서 잇달아 관찰했다. 문 작가는 그 외 지역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광릉골무꽃의 특징 중 하나가 잎이 마주난다. 두 잎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세 잎 광릉골무꽃을 성남 영장산과 맹산에서 우연히 목격했다. 희귀종이다 싶어 렌즈에 고이 담았다. 당시 이영노 박사에게 그 필름을 보여 줬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어디서 봤냐” 한마디만 묻고는 현장을 다시 찾았으나 세 잎 광릉골무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곤 이 박사는 영원히 떠나버렸다. 아직 어떤 종인지 확인 못 하고 필름만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광릉은 광릉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붙었고, 골무는 골무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명명됐다. 지난 2012년 4월 30일 기후변화에 취약하거나 문화‧학술적 가치가 높아 보호가 필요한 53개 생물종을 ‘특별산림보호대상종’으로 지정 보호했다. 광릉골무꽃도 그중의 하나다. 한국 고유종으로 자생지 확인 및 유전자원의 보전이 필요한 종이다.

 

광릉골무꽃은 보통 잎이 두 개로 마주보고 있으나 2004년 맹산에서 본 잎은 세 개를 가지고 있었다.


꽃말은 ‘의협심’이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골무를 닮아서 그렇지 않을까 여겨진다. 골무는 우리 할머니들의 시련의 상징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바느질을 하느라 바늘에 손이 숱하게 찔리지만 골무가 방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골무,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보인다.


식물도감에 광릉골무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광릉골무라고도 한다. 산지 숲속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외대로 서고 높이는 40~70cm. 잎은 마주 나고 짧은 잎자루가 있으며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 타원형이다. 잎 끝이 뾰족하고 밑이 둥글며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꽃은 6월에 연한 하늘색으로 피고 길이 3.5cm 정도 크기다. 벽자색으로 총상 화서를 이루며, 포는 선상 피칭형이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어린 순을 먹는다. 민간에서 폐렴, 태독, 해소, 정혈, 위장염 등에 약으로 쓰인다. 밀원식물이다.’


 

 

학명 Scutellaria insignis Nakai

 

생물학적 분류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통화식물목(Tubiflorae)

꿀풀과(Labiatae)

골무꽃속(Scutellaria)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73호] 20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