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4) 제주 고사리삼]

cassia 2017. 2. 27. 19:34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4) | 제주 고사리삼] 제주에서 사라지면 지구상 소멸하는 '제주고사리삼'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문순화 작가
2017.02.27 11:06 [568호] 2017.02


세계자연보호연맹 지정 극심멸종위기종… 곶자왈에서 몇 개체만 서식


세계 유일의 제주 고유종 ‘제주고사리삼’. 세계적으로 1속 1종이면서 제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식물이다. 다시 말해 제주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소멸한다.


제주에서만 자생 서식하는 한국고유식물은 모두 18종이다. 멸종위기야생식물은 8종이고, 희귀식물은 37종에 이른다. 그중 자생지가 확인된 한국 특산 속(屬)으로 학계에 보고된 세계에서 유일한 식물은 ‘제주 고사리삼’ 하나뿐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Ⅱ이지만, 그보다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국제멸종위기식물 기준으로 멸종의 직전 단계인 극심멸종위기종(CR)에 해당한다.


사진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4) | 제주 고사리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란, 풍란, 솔잎란, 돌매화나무 등은 멸종위기종에 속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흔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고사리삼은 최근 무분별한 채취와 개발로 자생지 훼손이 심각해, 개체수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한라수목원에서 3년여 동안 포자를 발아시키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대신 뿌리줄기를 잘라 조각마다 성체로 증식시키는 데 성공해서 현재 500여 주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제주고사리삼이 발견된 건 2001년. 세계자연유산을 연구하던 한라산연구팀 제주대 김문홍·전북대 선병윤 교수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식물학자 박만규 교수가 학계에 처음 보고했다. 그래서 제주고사리삼의 학명이 ‘만규아 제주엔세(Mankyua chejuense)’로 명명됐다. 하지만 문순화 사진작가가 제주고사리삼을 처음 본 건 그보다 몇 년이나 앞선 1995년경이다. 전국을 누비며 보지 못했던 식물이나 야생화가 눈에만 띄면 무조건 렌즈에 담던 시기다. 이름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었다.


식물학자 고 이영노 박사가 그날도 문 작가에게 “제주도 식물 보러 같이 가자”고 해서 동행했다.


이 박사와 동행한 곳은 곶자왈. 제주도 자생식물의 보고(寶庫)이자 천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원시림이다.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든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이 다양한 식생을 이룬다. ‘곶’은 숲은,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곶자왈에 서식하는 식물은 143과·527속·1087종·1변종·14품종이다. 어마어마한 식물의 보고다.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파충류·양서류 등도 어울려 서식한다. 학계에서는 “제주도가 형성된 250만 년 전의 식물양상과 세계 하등식물의 진화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학술적으로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곶자왈은 또한 동백나무숲으로도 유명하다. 동백동산 면적이 59㎡로 난대상록수림지대 중 최대 규모다. 이곳이 지난 1월 순천만·창녕 우포늪 등 전국 12곳과 함께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


문 작가는 우거진 동백숲 사이를 샅샅이 누볐다. 모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정체 모를 곤충까지 덤볐다. 한동안 이들과 씨름하며 눈에 띄는 모르는 식물은 전부 렌즈에 담았다. 제주고사리삼도 그때 처음 스치고 지나갔다. 아마 천하의 이영노 박사도 제주고사리삼을 놓치고 지난 듯했다. 문 작가는 “너무 작은 양치식물들이 너무 많아 단순 고사리삼 정도로만 본 듯하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 처음 발견한 뒤에도 곧바로 이름이 발표되지 않았다. 한동안 정체불명의 식물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결국 세계 유일의 종으로 확인되고 ‘제주고사리삼’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새로운 종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식물도감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그늘진 습지에 서식하는 다년생 양치식물. 키는 10~15cm. 잎이 3개지만 5개로 보이기도 한다. 포자엽은 이삭처럼 줄기 끝과 영양잎의 밑부분에서 1~3개가 나온다. 포자낭군은 포자엽 가장자리를 따라 2줄로 배열한다. 땅속줄기는 흑갈색, 지름 5mm 정도이고, 옆으로 기며, 1~2개의 잎이 나온다.’


학명 Mankyua chejuense B.Y.Sun et al.
양치식물문(Pteridophyta)
고사리강(Filicineae)
고사리삼목(Ophioglossales)
고사리삼과(Ophioglossaceae)
제주고사리삼속(Mankyua)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68호] 20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