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8) 요강나물]

cassia 2017. 6. 30. 19:43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8) | 요강나물] 덩굴식물인데 나물이름 가진 요강꽃 모양 한국 자생종

글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 문순화 작가 / 2017.06.30 (금)  월간산 [572호] 2017.06


서서 자라고 鐘 같은 꽃 피운다고 선종덩굴… 문 작가, 지리산에서도 서식확인
 

요강나물, 선종덩굴. 이명동일異名同一 식물이다. 완전히 다른 이름인데 같은 식물을 가리킨다.


우선 요강나물부터 살펴보자. 단순하다. 꽃이 영락없이 요강같이 생겼다. 그런데 식물이 나물이름을 가진 이유는 식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식물은 독성이 있다. 독성이 약한 식물은 살짝 데쳐서 먹을 수 있지만 독성이 강한 식물은 불이나 물로 처치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약에서는 반대 성질을 이용해 서로 균형을 잡기 때문에 독성이 있더라도 이용한다. 그래서 식물에 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요강나물도 먹을 수 있지만 독성이 강하다. 아마추어가 먹으면 절대 안 된다.


다음으로 선종덩굴을 보자. 우선 덩굴식물은 기생식물이다. 다른 식물에 의존해서 서식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기생식물은 칡이다. 과거 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덩굴식물이다. 요즘은 칡보다 등나무나 담쟁이를 관상용이나 햇빛 가리개용으로 많이 키운다. 요강나물도 같은 과라는 말이다.


종은 꽃이 종鐘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은 접두어다. 검은색 꽃은 영락없이 종 같다. 선은 덩굴식물인데도 꼿꼿하게 바로 서서 자란다고 해서 붙었다. 그래서 선종덩굴이란 이명을 가지게 됐다.


학명을 보면 조금 더 알 수 있다. 요강나물의 학명은 Clematis fusca var. coreana (H. Lev. & Vaniot) Nakai. 클레머티스Clematis는 자주색의 큰 꽃을 피우는 덩굴식물을 나타낸다. 푸스카fusca는 라틴어로 ‘검다’는 뜻이다. 이 계통 식물의 씨에는 긴 털이 달려 있다. 바var는 ‘variety’의 약자로, 별개의 종은 아니지만 특정한 형질을 공통으로 소유하는 식물의 학명에 붙는다.

 

▲ 문순화 사진작가가 1998년 가리왕산에서 처음 본 요강나물의 예쁜 모습
 

여름철 숲 속을 다니다 보면 종 모양의 흙자색 꽃이 달려 있는 덩굴식물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종덩굴 식물이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선종덩굴, 즉 요강나물을 처음 만난 건 1998년 6월쯤 가리왕산에서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현진오 박사와 함께 꽃 산행을 가서다. 그의 꽃, 혹은 야생화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식물학자 고 이영노 박사가 그를 가리켜 ‘독수리눈’이라고 했을 정도다. 독수리눈이란 별명은 문 작가가 찍어온 야생화 사진을 보고 이 박사가 “어디서 찍었느냐, 같이 가서 보자”하고 현장에 가면 그가 정확히 장소와 꽃을 찾는다고 해서, 이 박사가 그 기억력에 놀라서 붙였다. 문 작가가 수십 년간 전국 산을 찾아다니며 풍경사진을 찍은 건 야생화를 만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는 가리왕산뿐만 아니라 이후 대덕산, 금대봉, 양구 대암산, 정선 백암산 등지에서 봤고, 최근(2015년)엔 포천 백운산에서도 봤다.


그런데 2000년 즈음 지리산 촛대봉과 영신봉 사이 진달래 군락 남쪽 사면에 서식하는 요강나물을 봤다. 그는 당시까지 산 속 깊은 곳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 자생종으로 설악산 ·점봉산 등지에서 서식하는 희귀종이었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웬만한 식물도감에도 ‘한국 특산종으로 강원도 금강산 · 설악산, 황해도 장산곶, 구월산의 해발 500~700m의 산 중턱에서 자란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문 작가는 지리산 능선 사면에서 확인한 것이다. 야생화와 풍경 사진작가들은 “내장산과 덕유산에서도 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도감을 바꾸든지, 담당자를 바꾸든지 해야 할 것 같다.


식물도감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중부 설악산 이북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낙엽 반관목이다. 주변습도가 높거나 안개가 많아 공기습도가 높고 부엽질이 많은 양지에서 자란다. 키는 30~100㎝. 잎은 달걀 모양이고, 뒷면 잎맥에 약간의 털이 있다. 줄기 끝의 잎이 덩굴손으로 발달하기도 한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1개씩 밑을 향해 달린다. 꽃받침조각에는 갈색의 가는 털이 빽빽이 퍼져 있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넓은 타원형이며,  9월에 익는다. 관상용이다.’


학명 Clematis fusca var. coreana
(H. Lev. & Vaniot) Nakai


생물학적 분류


식물계(Plantae)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미나리아재비과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72호] 20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