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6) 각시족도리풀]

cassia 2017. 4. 20. 19:43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6) | 각시족도리풀] 은은한 아름다움 뽐내는 4월의 대표 야생화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사진·문순화 작가

입력 : 2017.04.20 (목) [570호] 2017.04


도감엔 남부지방만 분포… 문 작가는 백두산·안면도·강화도 등지서 목격
 

각시족도리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각시와 족도리풀의 복합어다. 야생화의 이름은 대개 그 모양에 의해 붙여진다. 모양을 보면 이름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따라서 각시족도리풀은 꽃 모양이 족두리를 닮아서 족도리풀이라고 명명된 야생화에 한 번 더 파생되어, 꽃이 각시처럼 작고 예쁜 족도리풀이라고 명명됐다. 얼마나 예쁘기에 이중으로 예쁘다고 할까.


학명으로 보면 우리말과 조금 뉘앙스 차이가 있다. ‘Asarum’은 그리스어로 없다는 뜻의 ‘a’와 장식을 의미하는 ‘saroein’의 합성어라고도 하고,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는 뜻의 ‘asaron’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어쨌든 학명으로는 전혀 장식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그런 족도리풀에 슬픈 전설이 흐른다.


‘포천에 아주 예쁜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꽃과 같다 하여 꽃아가씨라 불렀다. 꽃아가씨는 산나물을 캐고 꽃나무를 심으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몽골에 공출궁녀로 선택되어 머나먼 이국땅으로 끌려간다. 몽골에서 들판에 굴러다니는 풀과 같이 생활하다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한 서린 죽음을 맞이한다. 딸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목이 메도록 울다가 지친 그녀의 어머니도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훗날 이 모녀가 살던 집 마당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마치 엄마와 딸이 도란거리는 듯한 모습으로 심장 같은 두 잎이 서로 마주보며 자랐다. 마치 딸이 끌려갈 때 머리에 얹은 족두리같이 꽃이 피었다고 해서 족도리풀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꽃아가씨의 한이 맺힌 꽃이라 했다. 그 뒤로 그 풀을 족도리풀이라 했다.’


그래서 4월의 대표적인 야생화 족도리풀의 꽃말은 ‘모녀의 정’이다.

 

사진 : 문순화 작가가 2013년 강화도에서 각시족도리풀을 담았다.


각시족도리풀은 도감에 ‘한국의 남부지방 완도 망석리와 제주도 교래리에서 발견된 족도리풀속의 1신종. 제주를 포함해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만 분포하는 한국특산식물. 제주자생식물이 약 2,000종인데, 그중 멸종위기 자생식물이 157종, 또 그중에서 극심멸종위기종은 제주고사리삼, 한라벚나무 등 19종, 멸종위기종은 각시족도리풀 등 4종, 취약종은 떡버들로, 이 24종은 세계적으로 희귀종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각시족도리풀을 처음 본 것은 1997년 남부지방인 완도에서다. 그 뒤 문 작가는 백두산과 강화도, 안면도 등지에서 각시족도리풀을 수차례 목격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에 발간된 도감에도 남부지방에서만 서식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 이영노 박사와 함께 완도현호색을 보기 위해 완도에 답사 갔다. 완도현호색을 렌즈에 담고, 주변에 보이는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모두 담았다. 고 이 박사도 당시엔 “족도리풀이나 잘 보관하라”고만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분류도 더 나눠지고 자생지도 여기저기 확인했다. 1997년 완도에서 본 이후 1998년 백두산, 2008년 안면도, 2013년 강화도에서 목격했다. 특히 강화도의 군락은 아직 학계나 야생화애호가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듯 제법 큰 개체를 이루고 있었다. 3~4번을 더 갔지만 군락은 훼손되지 않고 여전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는 순간 훼손되는 건 시간문제인데. 현재 시판되거나 발간된 도감들은 분포지역에 대해 전부 수정본을 내야 할 상황이다.


도감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꽃은 갈색·녹색·백색·자주색이며, 꽃자루는 길이 6~8cm로 흰색을 띤 보라색이다. 잎은 심장형이고 길이는 5~8cm. 너비 7~10cm로 녹색이다. 종자는 털이 없고 밋밋하며 직경 1.5~2mm이다. 뿌리줄기는 직경 3~4mm. 직경 1mm가량의 중간마디로부터 사방으로 뻗은 뿌리는 특히 뿌리줄기 밑부분에 많이 난다. 뿌리를 세신(細辛)이라 해서 약용으로 쓴다. 축농증과 가래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두통을 없애는 데도 사용한다. 제주도, 전남 완도 등 남부 섬 해안에서만 서식한다.’


학명 Asarum glabrata (C.S.Yook & J.G.Kim) B.U.Oh


생물학적 분류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자엽식물강(Dicotyledoneae)

쥐방울덩굴목(Aristolochiales)

쥐방울덩굴과(Aristolochiaceae)

족도리풀속(Asarum)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70호] 20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