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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문장배달 / 전명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

편혜영의 문장배달 / 전명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 전명윤, 「가이드북이라는 장르의 역설」을 배달하며 멀리 여행을 떠나신 지 오래되셨지요? 특히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로의 여행이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면 먼저 가이드북을 챙기게 됩니다. 그럴 때 가이드 북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사진 자료가 다양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은 책, 누구에게나 알려진 여행 코스말고 색다른 장소를 추천하는 가이드북이라면 손색이 없겠지요. 하지만 가이드북에 표기된 정보만 의지하고 있다가 당황한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발행된 지 오래 된 가이북일수록 정보 오류는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이미 출판된 책에는 교통 사정이나 현지 상황이 발 빠르게 반영되기 어렵다 보니 그런 일은 종종 벌어집니다. 여행..

책 한누리 2022.02.18

박준의 시 배달 / 김참, 「아득한 거리」

박준의 시 배달 / 김참, 「아득한 거리」 김참,「아득한 거리」를 배달하며 어느 강변입니다. 둔치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요. 시의 주인공은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소나무 그늘로 갑니다. 그런데 이 소나무 아래 누가 풍금을 버리고 갔습니다. 누가 이 풍금을 버리고 갔을까 궁금해하면서 물끄러미 서 있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강의 건너편을 바라봅니다. 강 건너편에는 느티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그 나무 그늘 아래에는 어느 한 사람이 내가 있는 이 쪽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건너편의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 사람은 강 건너편의 나를 누구라고 생각할까요. 혹 저 사람은 왜 저기서 나를 바라보는가? 왜 풍금을 버리고 가는가? 하고 의아해하지는 않을까요.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숱하게 열릴 우리의 사이가 오해보다는 이..

시와 憧憬 2022.02.10

편혜영의 문장배달 - 서유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중에서

편혜영의 문장배달 - 서유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중에서 서유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을 배달하며 체크아웃과 체크인의 시간을 지나면서 오후가 되었다. 체크인한 손님들은 테이블 옆에 트렁크를 세워 둔 채 커피를 마시거나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거실로 들어갔다. 봄이 왜 이렇게 짧아.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가. 호텔 안의 모든 사람들이 계절과 시간에 대한 얘기만 주고받는 것 같았다. 오후 산책 못 할 것 같아. 지호가 우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섬 밖으로 나갔다가 마지막 배를 타고 돌아올 거라고 했다. 괜찮아. 산책은 다음에 하면 되지. 이번에는 내가 웃는 이모티콘을 붙였다. 무슨 일 때문에 나가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몇 글자 쓰다가 지웠다. 산책 대신 강기슭의 벤치에..

책 한누리 2022.02.03

박준의 시배달 - 이혜미,「빛멍」

박준의 시배달 - 이혜미,「빛멍」 이혜미,「빛멍」을 배달하며 빛에 멍이 든다는 것. “환한 것에도 상처”를 입는다는 것. 곰곰 생각해보니 알 것도 같습니다. 오래 전 선물 받은 그림 한 점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이 그림은 네모난 액자에 고이 들은 것은 아니었고 캔버스도 아니었습니다. 그해 우리는 카페에 앉아 있었지요. 유리창 너머에는 맑게 개인 하늘이 있었고 그 아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는 노트를 펴고 가방에서 펜을 꺼내 눈 앞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풍경을 담은 환한 그림. 이내 그는 노트의 페이지를 주욱 찢어 제게 건냈습니다. 오른쪽 하단에는 그날의 날짜를 함께 적어주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제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벽면에 걸어두었습니다. 볼 때마다 정감이 가는 ..

시와 憧憬 2022.01.27

편혜영의 문장배달 -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 중에서

편혜영의 문장배달 -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 중에서 심채경, 「최고의 우주인」을 배달하며 이소연 씨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우주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소연 씨의 다이어리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 다이어리가 '초과로' 허락된 개인 물품이라는 사실을 읽자니 어쩐지 먹먹해지더라고요. 이소연 씨는 갑자기 짐을 꾸리면서, 제한된 크기의 작은 지퍼백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얼마나 많이 생각했을까요. 본래 선발된 우주인이 교체되면서 갑자기 투입된 것이다 보니 자기 몫의 짐을 꾸릴 수 없는 형편이라 더욱 고민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마 다른 무엇보다 다이어리를 먼저 떠올리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우주에 대해 더 많이 기억해 두려면 뭐든 적어두고 싶었을 테..

책 한누리 2022.01.21

박준의 시배달 - 유혜빈 「미주의 노래」

박준의 시배달 - 유혜빈 「미주의 노래」 유혜빈 「미주의 노래」을 배달하며 마음의 소리는 어떤 것일까요. 말이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말 없는 순간에도 우리는 마음을 전하거나 읽을 수 있으니까요. 모국어로 삼아 구사할 수 있는 말이 서로 달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다 알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 아마 마음의 소리는 웃음이나 울음 혹은 노래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일까요. 왜 마음먹기도 전에 들어차 있을까요. 이렇게나 가깝고도 먼 것일까요.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이길래 누구는 볼 수 있고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을까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변했다가 변한 마음에 겨우 적응할 때쯤..

시와 憧憬 2022.01.13

편혜영의 문장배달 -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편혜영의 문장배달 -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원문 보시려면 ☞ https://munjang.or.kr/archives/284837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을 배달하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떤 사안이나 물건에 대해 마구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합니다. 혼자 불평을 늘어놓자니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고 미숙한 인간인 듯 민망하지만, 친구와 함께 불평을 쏟아내고 나면 유쾌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세상의 부당함에 의견의 일치를 본 기분이랄까요. 쓸데없는 불평 좀 그만하라거나 사사건건 트집 잡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아야 개선할 점도 보이고 더 나은 점도 찾을 수 있고 좋아하는 취향도 분명히 알게..

책 한누리 202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