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실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cassia 2005. 11. 12. 05:42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11월 11일. 수 많은 선물가게엔 갖가지 예쁜 포장으로 꾸며진 젓가락이 채워져 있다. 여기 저기서 연인끼리, 친구끼리 젓가락을 선물하느라 여념이 없다. 각 학교에서는 '젓가락 왕' 선발 대회가 열리고 신문과 텔레비전에서는 젓가락에 대한 보도와 특집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젓가락 박사’로 통하는 김필수(45`사진)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가 꿈꾸는 11월 11일의 풍경이다. 김 교수는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기념하는 것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대신 ‘젓가락의 날’로 기념하자고 발 벗고 나섰다.

“앞으로 기업들의 얄팍한 상혼이 빚어낸 빼빼로 데이는 추방해야 합니다. 대신 우리 젓가락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날로 만들어야 합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계몽과 홍보를 할 계획이에요.”

김 교수는 자신이 발명한 기능성 상품인 ‘젓가락 박사’를 나눠주고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알리고 올해 안으로 ‘올바른 젓가락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결성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초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나 연예인들의 젓가락 실태 조사를 하고 젓가락 왕 선발 대회나 젓가락 고수 대회 등 각종 행사도 지역별로 연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젓가락 특허를 4개나 갖고 있을 정도로 그의 젓가락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젓가락의 움직임은 무척 과학적”이라고 했다.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다른 하나가 운동을 하는 역학적인 형태라는 것.

“우리의 전통 문화 중 하나인 젓가락 문화가 얼마나 훌륭합니까. 최근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입상을 했잖아요. 전부터 입상자의 70%가 한`중`일 사람들이에요. 이건 다 젓가락의 힘입니다.”

특히 우리의 쇠 젓가락이 뛰어난 효과를 나타낸다고 했다. “쇠 젓가락은 잡기가 까다로운데다 가늘고 미끄럽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익혀놓지 않으면 힘들잖아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축적된 노하우로 세계가 감탄하는 일들을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요즘 젓가락 문화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차츰 아이들이 사용하기 힘든 젓가락보다 포크를 더 선호한다는 것. 그 뿐 아니라 최근 실태 조사에선 어른들까지 전체 조사자 중 63% 정도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단다.

그는 “11월 11일을 반드시 젓가락 날로 정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꾸준히 우리 젓가락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젓가락질 의학적 효과
젓가락질을 하면 손바닥, 손목, 팔꿈치 등 우리 신체의 30여개 관절과 50여개 근육이 동시에 움직인다. 반면 포크의 경우 젓가락에 비해 운동량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대뇌에 주는 자극도 덜하다.

신체 중 손에 움직임은 전체 두뇌의 30% 가량을 지배한다. 젓가락 사용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중국과 일본 사람들과 달리 난이도가 높은 쇠 젓가락을 사용한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소근육이 활성화된다. 소근육은 두뇌 발달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운동을 시켜야 한다. 또한 젓가락질은 근육조절 능력이나 집중력, 협응력 등도 함께 발달시키므로 3세 무렵의 아이들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친다면 더없이 효과적이다.
[Weekly point]젓가락 예찬

 

 

젓가락아, 그동안 많이 서러웠지. 요즘 어린이들이 너를 잡기가 어렵다고 사용하기가 까다롭다고 외면해 왔잖니. 대신 포크라는 놈이 나타나 어린이들의 사랑을 야금야금 빼앗아 버렸지. 하지만 이젠 걱정 마. 사람들이 너의 존재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니까. 특히 11월 11일을 너의 날로 만들자는 움직임까지 있어.

사실 너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 특히 서양인들의 입에서 말이지. 프랑스의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는 “젓가락은 지식인의 도구이자 손가락의 연장”이라고 극찬했고 그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미래혁명’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도 했어. 그래도 무엇보다 세계적인 우리네 과학자 황우석 박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거야.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난 것은 쇠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최근 너를 치켜세웠잖아. 황 박사의 이 한마디 덕분에 사람들의 너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으니까.

젓가락아,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들어 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거야. 전 세계 병아리 감별사의 70%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니. 병아리 감별사는 좁쌀 크기의 돌기로 암수를 구별해야 하는 고난도의 손 감각이 필요한 직업이야. 이것만 봐도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너를 통해 익힌 손 감각 때문이라고 하지 않니.

이뿐인가. 최근 세계적인 쇼팽 콩쿠르에서 공동 3위로 입상한 임동민`동혁 형제처럼 세계 음악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들을 보면 너의 역할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어. 양궁도 한번 봐. 수십 년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는 것도 다 너의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너를 익히면 뇌의 운동 중추에 자극을 주어 두뇌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고 있잖아.

젓가락아, 그래도 여태까진 많이 마음 아팠을 거야. 최근까지 사실 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까. 몇 십 년 전만 해도 “너를 못 다루면 상놈”이라고 무척 꾸지람을 들었지. 그래서 당시 아이들은 너를 못 잡으면 ‘바보’처럼 인식되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 아이들이 너를 잡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옛날처럼 어른들이 관심도 가져주지 않잖아. 이 때문에 학교에 가면 너를 못 만지는 아이가 수두룩하잖아. 어른들까지도 너를 제대로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니 너의 마음 이해가 가.

하지만 이젠 목에 힘을 주어도 될 거야. 11월 11일을 너의 날로 만들고 너를 제대로 잡는 방법을 알리기로 한 어른들이 뭉칠 거라니까. 또 상당수 부모들도 너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까. 지금부터는 너가 주인공이야.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작성일: 2005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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