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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경지’ 유럽의 정원들

cassia 2005. 11. 3. 04:38

‘예술의 경지’ 유럽의 정원들

 


아파트 거부하는 유럽인들이 만든 ‘자연을 소재로 한 예술’
집은 아름답게, 삶은 풍요롭게…아름다운 정원 문화

미디어다음 / 강대진 독일 통신원 

유럽의 집들은 마당이 있어 아름답다. 마당, 즉 정원은 집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그 집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정원에서 자연이 주는 달콤한 휴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정원은 단순히 나무나 풀을 심어놓은 곳이 아니다. 이들에게 정원은 자연을 소재로 만든 예술품이다. 나무와 풀, 그리고 물을 조화롭게 배치한 뒤 정성스럽게 가꾸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예술품과 견줄 만한 유럽의 정원들을 소개한다.

 

프랑스인 릴리 마틴의 정원 1
프랑스 엘사스 지역에 살고 있는 릴리 마틴의 정원. 사진에 보이는 것은 18세기에 만들어진 분수다. 분수 뒤로 그의 집이 보인다.

프랑스인 릴리 마틴의 정원 2
하얀 장미가 정원에 있는 다리를 온통 뒤덮었다.

프랑스인 릴리 마틴의 정원 3
그의 정원에는 크고 작은 연못이 5개다. 사진에 보이는 연못은 5개 중 가장 먼저 만들었던 오리 연못이다.

프랑스인 릴리 마틴의 정원 4
아치 모양의 구조물을 꽃들이 장식하고 있다.

프랑스인 릴리 마틴의 집
프랑스인 릴리 마틴의 집이다. 정원에만 꽃과 나무들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집 역시 각종 꽃과 식물들로 장식돼 정원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독일인 사빙에의 정원 1
도시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은 도시 외곽에 정원을 따로 마련한다. 그리고 이런 정원들이 모여서 정원촌을 이루기도 한다. 사빙에의 정원 역시 정원촌에 있다. 길을 따라 정원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독일인 사빙에의 정원 2
정원 입구에 잔디를 깔았다. 잔디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독일인 사빙에의 정원 3
독일인 사빙에의 정원 모습이다.

독일인 헬가 마이어의 정원 개조하기
독일인 헬가 마이어의 정원이다. 2년 전 개조를 시작하기 전의 모습이다. 기존의 정원에 새롭게 만들 정원의 윤곽을 그려 넣었다.

새로운 정원의 중앙 부분
새롭게 만든 원형 정원의 중앙 부분. 잠시 다른 곳에 옮겨 놓았던 식물들을 다시 심고 있다.

새로운 정원의 주변 부분
새롭게 만든 원형 정원의 주변 부분. 이곳에도 식물들을 심었다.

마무리 되어가는 정원
새롭게 만들고 있는 정원의 전체 모습. 완성되기 직전이다.

완성된 새 정원
새로운 정원이 완성됐다.

새 정원에 핀 달리아
새롭게 완성된 정원에 달리아가 활짝 피었다.

 

유럽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사는 도시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싫어한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등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도심에 고층건물을 세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당연히 아파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예컨대 독일은 잠시 고층아파트 붐이 일었던 70년대 이후 10층 이상의 아파트가 거의 지어지지 않았다. 고층아파트가 지어진다 해도 대부분 도시 외곽에 생겼다.

유럽 사람들이 고층건물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인공적인 고층아파트가 삶의 질을 낮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지리적으로도 평지가 많아 고층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다.

이런 유럽인들의 생각은 단독주택 위주의 주택문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름다운 정원 문화를 발달시켰다. 유럽인들은 정원이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다.

심지어 대도시에 살아 정원을 갖기 힘든 이들은 도시 외곽에 자신만의 정원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외곽의 땅을 빌려 오두막집을 짓고, 그 주위에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정원이 모여 생긴 정원촌은 유럽의 별난 풍경 중 하나다.

독일의 대도시 뮌헨에 살고 있는 사빙에(46)의 정원 역시 뮌헨 시 외곽의 정원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특히 영국 장미를 좋아해 자신의 정원을 영국 장미로 꾸미고 있다. 그는 매년 장미의 종류나 구도를 조금씩 바꾸며 정원을 관리하고 있다.

사빙에는 “주말마다 남편과 아이 셋을 데리고 정원으로 놀러가 함께 식사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며 “정원을 어떻게 꾸밀까 가족들과 함께 고민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항상 메모해 둔 뒤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엘사스 지역에 살고 있는 릴리 마틴(58)은 자신의 집 앞에 꽤 큰 규모의 정원을 가꾸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원을 ‘작은 낙원’이라고 부른다. 마틴의 정원은 ‘작은 낙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영국 장미가 곳곳에 피어 있고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아름다운 분수대가 물을 뿜고 있는 마틴의 정원. 정원 한쪽을 흘러가는 개천과 그 위의 다리, 그리고 크고 작은 다섯 개의 연못은 이 ‘작은 낙원’에 운치를 더한다.

마틴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정원 가꾸기를 무척 좋아해 어른이 되면 꼭 나의 정원을 갖겠다는 다짐을 했었다”며 “꿈을 이룬 나는 프랑스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에 살고 있는 헬가 마이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째 정원을 가꾸고 있다. 그가 정원을 물려받은 해는 1977년. 이때부터 정원을 가꿔오던 그는 2년 전 자신만의 독특한 정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정원을 새롭게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1년이었다. 신경 쓸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이어는 무엇보다 나무와 꽃들이 섬세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정원을 완성하고 난 뒤에도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꽃과 나무들이 각각 계절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자라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지도 계속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