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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비뚤한 무늬, 동화 같은 건물들

cassia 2005. 10. 28. 19:49

비뚤비뚤한 무늬, 동화 같은 건물들

 


“자연에 직선은 없다” 자유로운 예술철학 담은 훈더르트바서의 건축

미디어다음 / 강대진 독일 통신원

오스트리아의 화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더르트바서는 20세기 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는 바다처럼 넓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존 미술의 형식을 파괴하면서 무한한 자유를 추구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훈더르트바서가 또한 뛰어난 건축가였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자연에 직선은 없다”는 생각으로 비뚤비뚤한 무늬 속에 따뜻한 인간애를 담은 그의 건축 작품들을 소개한다.

 

훈더르트바서의 집 1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훈더르트바서의 집이다. 얼핏 대충 색칠한 듯도 보이지만 건물 구석구석에 있는 다채로운 색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게 인상적이다. [사진 제공=위키디피아]

훈더르트바서의 집 2

훈더르트바서는 건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를 매우 중요시했다. 이 작품 역시 건물 주위의 나무들이 건물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옥상에 있는 푸른 나무도 마찬가지다. [사진 제공=위키디피아]

 

훈더르트바서의 집 3
훈더르트바서의 집 전경.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 제공=위키디피아]

동화의 나라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있는 작품. 마치 동화 속 나라에나 등장할 법한 건물이다. 비뚤비뚤한 무늬와 기울은 듯 보이는 건물의 일부, 좌우가 비대칭인 디자인 속에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는 그의 예술철학이 담겨 있다. [사진 제공=도리스 안토니]

기차역
독일 율젠의 기차역. 역시 동화 속 풍경 같다. 건물 모서리마다 있는 기둥은 물론, 가로등과 길가의 쓰레기통까지 작품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 제공=위키디피아]

얼룩무늬 건물?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작품. “자연에 직선은 없다”는 그의 신념을 표현한 작품 같다. 규칙성 없이 자유롭게 둘러놓은 건물 무늬가 얼룩무늬처럼 느껴진다. [사진 제공=랄프게링]

학교
독일 비텐베르크에 있는 학교 ‘마틴 루터 김나지움’이다. ‘김나지움’은 독일의 중등학교. 이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건물에서는 더 인간적인 교육이 이뤄질 듯도 하다. [사진 제공=도리스 안토니]

빌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바드 조덴에 있는 작품. 일반 주거 빌라다. [사진 제공=위키피디아]

건물 내부
훈더르트바서의 작품은 건물 내부도 동화 속 풍경 같다. 저마다 다른 색을 칠해놓은 기둥들이 특이하다. 기둥의 모양 역시 전혀 통일돼 있지 않다. [사진 제공=젠 헤롤드]

화장실
화장실 역시 자유분방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뉴질랜드 카와카와에 있는 화장실. 비뚤비뚤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붙여 놓은 타일이 인상적이다. [사진 제공=젠 헤롤드]

 

구스타브 클림트 이후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중에서 가장 큰 명성을 얻은 훈더르트바서는 세계 화단에서 ‘유럽의 자존심’으로도 불린다.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애.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훈더르트바서의 건축 역시 이 같은 그의 예술철학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다. 그의 건축 작품들은 멋있지만 차가운 느낌을 주는 현대건축과 달리 어설픈 듯 보이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인간을 닮은 건축’이다.

훈더르트바서는 미술에서도 그러했듯 건축에서도 기존 작품들이 만들어놓은 형식을 파격적으로 뛰어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는 마치 그림을 그리듯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동화 속에 나오는 동산을 가꾸듯 건물을 디자인했다.

말하자면 훈더르트바서는 ‘건축의 합리성’을 깬 셈이다. 그는 평평한 땅 위에 경사진 모양의 아파트를 세웠고, 밖으로 기둥을 노출한 빌라를 지었다. 그러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요시한 덕분에 그의 건물들은 모두 편안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