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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대남로에서 시월의 마지막 밤을...

cassia 2005. 10. 29. 18:40

가을빛 대남로에서 시월의 마지막 밤을...


대남로 느티나무숲길에 찾아온 가을빛에 가슴 시리다

 

  조찬현(choch1104) 기자   
▲ 가을빛에 야위어 가는 느티나무 이파리가 가슴을 시리게 한다.
ⓒ2005 조찬현

잎새 하나

-조찬현

느티나무 숲에
가을비가 내린다
빗물에 흠씬 젖어
가지 끝에 머문 잎새 하나
가을빛에 야위어 간다
휘익~ 잽싸다
내달린 한줄기 바람에
졸지에 보도 위에 내동이 쳐진다
갈 곳도 잃었다
마음마저 잃었다
골목길에 나뒹구는
시린 가을빛 잎새 하나


▲ 띠풀에 가을이 온통 내려 앉았다. 멀리 교회당이 보인다.
ⓒ2005 조찬현
배회하는 나뭇잎을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짙게 드리운 안개 속에서 나무에 매달린 발그레한 나뭇잎은 두려움인지 부끄러움인지 자꾸만 얼굴을 감춘다.

▲ 아이 부끄러워! 수줍게 얼굴 붉힌 단풍잎
ⓒ2005 조찬현
대남로(광주광역시 남광주사거리-백운동로터리)의 가로수 느티나무가 가을빛을 한껏 뽐내고 있다. 단풍잎이 바람에 우수수 진다. 보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이 한 데 모여 가을을 속삭인다. 골목 어귀에는 바람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소용돌이가 인다. 바람 따라 갈까. 낙엽 따라 갈까. 그 어디론가 바람과 함께, 낙엽과 함께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다.

▲ 활활 타오르는 가을 단풍잎이 내 가슴에 불을 지핀다.
ⓒ2005 조찬현
속절없이 차량들은 쌩쌩 내달리고 낙엽은 비명을 내지르며 부나비처럼 스러진다. 누군가 머물다 떠난 빈 자리, 공허한 빈 벤치에는 낙엽이 머물고 있다. 느티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거리에는 낙엽이 가을비 되어 후드득후드득 쏟아져 내린다. 심사 사나운 내 마음까지 뒤흔들고 간다.

▲ 쌩쌩 가을과 함께 질주하는 차량들
ⓒ2005 조찬현
철길이 사라지고 푸른 길이 열렸다. 수많은 사연 싣고 오간 철길, 남광다리 옆에는 끊긴 철길이 아픔으로 지난 세월을 힘겹게 붙들고 있다. 광주천은 말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 수많은 사연 간직한 채 끊긴 철길 너머로 태양이 점점 야위어 간다.
ⓒ2005 조찬현
그리움 때문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유난히 어르신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하루에 세 차례나 산책을 나온다는 최우홍(75·남구 봉선동)씨는 "이곳이 이제 광주의 명소입니다. 가을 가뭄으로 단풍이 말라가고 있어서 정말 안타깝네요"라며 아쉬워한다.

▲ 떠난 빈자리에는 가을이 머물고 있다.
ⓒ2005 조찬현
화단에는 맥문동의 푸른 잎이 단풍잎과 대조를 이루며 싱그러움을 뽐낸다. 새하얀 청순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옥잠화는 가을빛에 청초하다. 태양은 서녘하늘에서 빛을 잃어가고, 돌아오는 도심의 골목길에는 여전히 낙엽이 맴돌고 있다. 가슴시린 늦가을, 사랑하는 그대와… 사랑하는 그녀와…, 10월의 마지막 밤에 두 손을 맞잡고 함께 대남로를 거닐어보자.

▲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10월의 마지막 밤에 대남로 느티나무 숲길을 거닐어 보자.
ⓒ2005 조찬현


이용의 잊혀 진 계절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 우… 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어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잊을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우… 우… 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 가을을 닮은 융프라우 레스또랑에서는 헤이즐넛의 향이 묻어나온다.
ⓒ2005 조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