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아름다운 글귀 모음2

cassia 2005. 10. 29. 23:22

아름다운 글귀 모음2

 

내가 흘렸던 눈물과 당신이 흘려주신 눈물이 어울려 한 편의 산문이 되는 날 밤,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설혹 당신이 그날 밤에도 나의 옛 눈물의 의미를 모르신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도 남아있을 당신의 눈물진 언저리를 쓰다듬어 드리려 합니다.
<꿈속에 흘리는 눈물> 중에서


아내는 가정의 에어컨이고 전기 히터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것이 고장나면 나만 덥고 추울 따름이지.
<나도 이제 변해야하나> 중에서


끼는 원한다고 해서 타고 날 수도 없고 거부하려야 거부할 수도 없다. 그것은 천성적인 징벌이며 천혜의 축복이다. 인간의 역사를 이루어내는 신비의 영약이며 유혹에 침몰하는 자신을 변명하는 편리한 파운데이션이다. 남성의 공격성을 자극하고 여성의 수치심을 비호하는 찢기지 않는 베일이다. 이처럼 끼는 야한 것과는 달리 생득적이며 본능적이며 원초적이다.
<끼 있는 여자를 위하여> 중에서


예식장에서 흔히 듣는 주례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가 나면 열을 세고 그래도 화가 나면 백을 세라는 "카운트 텐"도 있고, 신랑은 신부의 부모를 친부모처럼 모시고 신부는 시부모를 친정부모보듯 하라는 "주고받기"를 펴는 것도 있다. 이제 부부가 되었으니 아들 딸 두면서 백년해로하라는 "우리가 남이냐"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주례사 만큼만> 중에서


닮는다는 것은 유전학적 증명을 떠나 심리적 일체성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눈이 닮든 코가 닮든 이목구비의 한가지라도 비슷해야 제 자식임에 안도하는 증거주의가 모든 아비에게는 조금은 있는가 보다.
<큰 아이의 콧수염과 면도기> 중에서


무릉도원도 별 곳이 아니다. 물때가 있는 횟감이 제 값을 하는 세상이면 바로 그곳이다. 그러면 어디든지 살만한 곳이다. 생선을 사고 팔아도 물때를 알면서 거래하는 세상이 살아 볼만한 세상이다.
<물에도 때가 있다> 중에서


세상 만사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씹는 것에 이빨만 있는 게 아니다.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텨야 한다. 온갖 시달림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게 보통 사람의 길이다. 부부 사이를 칼로 물 베기라 한다. 아무리 내려친들 물과 물 사이를 가를 수는 없다. 오기를 부려봐야 평지풍파만 일어날 뿐이다.
<맞벌이 남편의 사설> 중에서


부댓기면서 버텨가는 삶을 이어야한다면 인연이라는 말은 별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살 수 있는 조미료가 아닌가 한다.
<살의 찻잔에 조미료를 뿌리고> 중에서


시간을 가르쳐 주는 일일망정 남의 불편을 배려하는 씀씀이는 적지 않은 적선이다. 공덕을 쌓는 일이고, 일일일선(一日一善)을 하는 셈이고 사랑을 베푸는 방법이다. 밑천을 들지 않고서도 보람있는 일을 한다면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에 있는가.
<거꾸로 찬 시계> 중에서


까칠한 얼굴과 부풀린 배를 내밀고 뒤뚱거리면서 서 있는 이 여성이야말로 가장 추한 듯하나 실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일지도 모른다. 그녀야말로 신의 축복과 한 남성의 사랑과 모든 사람의 따뜻한 관심을 받는 여인이다.
<여성의 아름다움> 중에서


얽히고 설킨 인간사회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길은 각자가 살아온 모습을 잠시나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일이다. 다음으로 서로의 시간을 나누면서 할 수만 있다면 약간의 마음일망정 넉넉하게 열어 보이는 일이다.
<그래도 가족처럼> 중에서


나의 시선이 바다를 향하고 있어도 나의 귀는 바다로 열려있지 못하다. 언제쯤이면 갑판에서 노래를 부르는 선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 하얀 암벽너머 물질을 하는 해녀의 휘파람소리도 들을 수 있을 때는 또한 언제일까. 그들의 소리를 찾아 바닷길로 나아가고 싶다.
<바다를 위한 엘레지> 중에서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그분을 떠올린다. 혼신의 힘으로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기대가 많은 학생일수록 매질에 힘을 가했던 선생님, 따귀 한대로 평생동안 기억할 교훈을 남기신 선생님, 올 한해동안의 나의 일을 꼬치꼬치 물으시고 또 다시 불호령과 한대의 따귀를 서슴지 않을 선생님, 그리고 이제는 찾아보려야 찾아 갈 수도 없는 선생님을 생각한다.
<따귀 한 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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