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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을 든 농부’…렌즈에 담은 사람 냄새'

cassia 2005. 6. 13. 05:55

'낫을 든 농부’…렌즈에 담은 사람 냄새'

 

우리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담은 풍경
렌즈에 담긴 인간의 냄새
미디어다음 / 정재윤 기자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집단 이미지프레스(www.imagepress.net)가 사진집 ‘여행하는 나무’(청어람미디어)를 출간했다. 이 사진집은 이미지프레스의 사진가들이 담은 한국과 아시아의 풍경을 보여준다. 다음은 ‘여행하는 나무’에 소개된 사진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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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간첩이다
“이것이 간첩이다! 대화 시 무의식 중 000를 사용하는 자 / 일정한 직업 없이 새벽이나 밤늦게 출입이 잦은 자 / 은연중 정부 시책을 00하고 00를 찬양하는 자 / 민심을 혼란시킬 목적으로 0000를 유포하는 자 / 특별한 이유 없이 외국에 출입하는 자 / 출처불명의 돈을 잘 쓰는 자 / 기타 000 또는 00이 수상한 자” 부모에게 빌붙어 지내는 백수는 간첩과 어떻게 구분 되는가? 2005년 1월 4일 서울특별시 성북구 하월곡동 -노순택

이것이 간첩이다
김중만이 뽑은 강운구의 사...
가슴시린, 나의 풍경
아무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
안동 하회마을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실을 담는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의 의미 그대로 ‘기록’을 하는 행위인 것이다. 기록성을 바탕으로 사회성과 인간성을 비롯해 예술성까지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보는 이에게 삶과 환경에 대한 잔잔하면서 강한 감동을 전한다.

책의 1부(우리의 풍경)와 4부(아시아의 풍경)에서는 인간의 냄새, 이 땅의 냄새가 나는 진지하고 아름다운 작업들을 볼 수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8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이갑철, 이규철, 임재천, 서헌강, 노순택, 이상엽, 박하선, 성남훈 등)의 작품들과 이라크의 참담함을 사진과 시로 결합시킨 박노해 시인의 ‘전쟁 풍경’이 그것이다.

2부에서는 한국의 작가주의 사진가 1세대 강운구의 작품을 소개하고 인터뷰한다. 안성기, 김중만 등 명사들이 뽑은 강운구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3부에서는 작고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을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의 ‘결정적 순간’의 배경과 의미를 되새기며 현대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김중만이 뽑은 강운구의 사진.
“나는 강운구 선생님의 포트레이트 중에서 낫을 들고 있는 농부의 연작 사진이 가장 좋다. 그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얼굴 부분이 잘린 농부의 모습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예술의 느낌을 받는다. 이곳에는 익명의 농부가 앉아 있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화면에서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김중만

 

   가슴시린, 나의 풍경

만리청전 구름 일고 비 내린다.
사람 없는 텅 빈 산에
물 흐르고 꽃은 피더라.

“어느 날 나는 저 시를 통해서 우리의 풍경을 알게 되었다. 눈으로 보는 것의 풍경이 아니라, 가슴 밑바닥에서 인식되는 ‘풍경의 가슴 시림’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 이갑철

 

   아무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

바다는 그렇게 멀찌감치 않아 있고 주위에는 일하는 손들만 분주했다. 바다에 이상한, 그러나 황홀한 붉은 꽃이 피었다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붉은 꽃을 입은 그녀, 불온하다. 어쩜 한 시절 찢기고, 부서지고, 바래고, 지워지고, 삭아 내리고, 덧칠하고, 뜯어졌는지 모르지. 그래서 저토록 붉은 것인지 모르지. 저 꽃, 내 모르는 사이 화르르 져 버리면 어쩌나, 망할 저 꽃 위로 밥 말리의 노래 가 흐른다. -사진 이규청 / 글 천수림

 

   안동 하회마을

사공이 휘젓는 삿대질에 하늘이 갈라지고 나룻배는 조금씩 강심을 향해 나아간다. 이제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듯 쪽빛 창공에 열구름 가득하다. -임재천

 

   종갓집 제사 풍경

전남 해남의 고산 윤선도 종택의 불천위. 어두운 암흑 속을 촛불에 의지해 사당으로 가고 있다. 내 눈에는 신을 모시러 가는 이들 또한 신으로 보였다. -서현강

 

   위험한 자유

2003년 바그다드. 미 점령군 사령부가 있는 팔레스타일 호텔 앞 광장에서 “우리는 이라크인이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민주 이라크를 원한다”
미군 철수를 외치며 처음으로 시위에 나선 시민들. -박노해

 

   윈난의 춘광(春光)

다랑논에 성큼 자란 보리.
피도 함께 자랐다.
농부들의 손은 바쁘기만 하다. -이상엽

 

   애국가가 있는 풍경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빨갱이들의 음모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저지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보수 애국단체들. 시청 앞에서 애국심을 과시하다.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써 붙인 윤군사관학교 동창회의 현수막이 눈부시다. 2004년 10월 4일 서울시청 앞 광장. -노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