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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곤충들의 ‘사생활’

cassia 2005. 7. 16. 18:33

숲 속 곤충들의 ‘사생활’

 

사진가 우드정이 포착한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세계’
미디어다음 / 윤경희 프리랜서 기자
아침이면 이슬이 맺힌 푸른 잎사귀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나비, 화려한 꽃 위에서 꿀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꿀벌, 푸른 잎사귀 위를 여유롭게 기어가는 애벌레. 우리가 잘 모르는 숲 속 곤충들의 모습이다.

사진가 우드정(http://cjstory.byus.net)이 곤충들의 세상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가 찍은 사진 속의 곤충들은 미천한 ‘곤충’이 아니라 온전한 하나의 생명체다. 우드정의 사진 속에서 곤충들은 진정한 숲 속의 주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드정이 인내와 끈기로 포착한 숲 속 곤충들의 생생한 모습 중 일부를 소개한다.

 사랑하고 있어요
사랑을 속삭이는 곤충의 모습을 노란 색감과 어울려 찍어본 작품이다. 접사에 화사한 색감의 꽃을 함께 담으면 같은 앵글이라도 더욱 화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2005년 5월 29일, 경북 문경>

 

 지금은 사랑 중

접사지만 순간 포착으로 잡아낸 사진이다. 다른 곤충에 비해 나비는 구애작전을 펼치는 동안에는 상당히 예민하기 때문에 너무 근접해서 촬영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순각을 포착하는 것이 좋다. <2005년 3월 3일, 대구 봉무공원>

 

 애벌레야, 행복하니?

곤충 중에서도 가장 천하다고 여겨지는 애벌레. 에벌레 같은 인생을 사람들은 불행한 인생으로 여기지만 에벌레는 지금 가장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사진은 풀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접사에서도 빛이 들어오는 시간대와 타이밍을 잘 맞추어 촬영하면 더욱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2004년 5월 10일, 대구 봉무공원>

 

 꿀벌의 일상

접사 사진의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벌이다. 그만큼 찍기 쉽다는 뜻을 수도 있지만 의외로 까다로운 면이 많다.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꿀을 담는 꿀벌을 모습을 잡는 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리를 정해 놓고 쫓아다니는 것보다는 한곳에서 기다렸다 벌이 날아가는 모습이나 꽃에 앉은 모습을 찍는 것이 좋다. <2004년 9월 29일, 대구 수목원>

 

 말벌

말벌에게도 이런 잔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주는 사진이다. 말벌을 촬영 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갑자기 달려들어 침을 쏘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접근해서 접사를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망원렌즈나 고배율 광학줌을 이용해서 촬영하는 것이 좋다. <2005년 6월 11일, 대구 화원유원지>

 

 말벌2

말벌을 더욱 가까이서 찍은 사진. 옆에서 말벌의 눈을 보면 제법 날카롭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망원렌즈나 고배율 광학줌을 이용해 촬영하는 것이 좋다. <2005년 6월 11일, 대구 화원유원지>

 

 잠자리

대부분의 곤충사진은 곤충의 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무난하다. 가까이서 잠자리의 눈을 찍으면 크고 동그란 모습이 잘 나타난다. 이 사진은 비내리는 초저녁에 습지에서 촬영했다. 야간이라 다소 탁해질 수 있는 색감을 살리기위해 카메라 내장플래쉬를 사용했다. 접사 촬영을 할 때 외장플래쉬나 내장플래쉬를 적절히 사용하면 더욱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2004년 7월 10일, 대구 안심습지>

 

 거미

사실적인 디테일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촬영한 사진이다. 접사 사진은 촬영한 뒤 주요 부분을 '크로핑(cropping, 사진의 불필요한 부분을 다듬는 것)'해서 더욱 크게 보이는 효과를 유도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촬영을 할 때부터 곤충의 어떤 부위를 중점적으로 표현할 것인지, 배경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각한다면 촬영 뒤 크로핑하지 않아도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2004년 7월 10일, 대구 안심습지>

 

 나비

니콘 105mm 마크로 렌즈로 촬영한 사진이다. 조리개(F값)를 쪼이고 찍을수록 피사체의 윤곽을 더욱 선명하게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주위 환경이나 날씨에 따라 변하는 노출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노출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조리개 수치 값을 높여도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없다. <2005년 7월 2일, 대구 안심습지>

 

 눈높이 아래의 세상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지만 이 세상에는 인간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눈높이 아래의 세상에서 곤충들은 매일 매일 치열한 일상을 살고 있다. 조금만 눈높이를 낮춰보면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04년 5월 10일, 대구 봉무공원>

 

 지금은 식사 중

초록색 잎 위에 앉은 빨간 벌레가 극명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이 벌레는 지금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는 중이다. <2004년 7월 18일, 경북 청도 계곡>

 

우드정은 미대를 졸업한 가구디자이너다. 처음에는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진가들과 정보교환을 위한 모임도 만들고 자신의 홈페이지도 개설해 다양한 사진을 올리는 등 전문가 못지않은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또 코닥 카메라 로드테스터, 디지털카메라 리뷰어로 활동하는 등 디지털 카메라 전문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정은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풍경사진과 접사사진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예전부터 아름다운 우리의 금수강산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고 또한 그 안에 살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모습도 기록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곤충사진을 찍기 위해 혼자 숲을 찾았을 때 그는 무조건 가까이 다가가 최대한 크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른 장르의 사진들도 그렇지만 접사 촬영은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나비 한 마리를 제대로 찍기 위해서 2~3시간을 마냥 앉아 기다리는 것은 예사였다.

이렇게 한곳에 숨어 나비가 앉기를 기다리다 보면 여름이 아니더라도 온몸에 땀이 흘러 속옷까지 젖어버리고 만다.

오랜 기다림 끝에 꽃 위에 앉은 나비를 찍을라치면 금세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때면 나비가 너무 얄미워 울어버리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그는 자연스럽게 각 곤충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곤충을 찍는 나름의 노하우도 터득하게 됐다.

우드정은 “곤충사진을 찍는 것은 정말 스릴 넘치는 작업”이라며 “어렵게 사진 찍기에 성공했을 때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곤충을 촬영할 때에는 날개와 꼬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눈에 초점을 맞추면 더욱 생생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며 스스로 터득한 곤충 사진 찍는 요령을 설명했다.

우드정은 “대부분의 곤충과 식물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낮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며 “조금만 눈높이를 낮춰 본다면 미처 알지 못했던 곤충들의 신비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oskau / 징기스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