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세이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이 가장 밝았네

cassia 2005. 5. 15. 17:43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이 가장 밝았네


부처님 오신 날 앞둔 아차산 영화사 풍경

  정상혁(prjana) 기자
부처님 오신 날이 10여일 후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자신의 종교가 '불교'라고 선뜻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도 초파일에 누군가와 함께(대개는 어머니나 할머니) 가까운 절에서 담백한 산채 비빔밥 한 그릇 먹은 기억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날 둘러본 절은 공간이라는 공간에는 모두 빽빽하게 등이 걸려있었습니다.

불교의 오래된 이야기 중에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위국(슈라바스티) 기원정사에 머무실 때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여인 난타가 자신이 하루 종일 구걸한 돈으로 기름을 사서 밝힌 등이 어느 누구의 등보다도 오래 불을 밝혔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등을 밝히는 이유도 그러한 지극한 정성으로 그 분이 오신 길을 밝히고 또 스스로를 밝히는 빛을 삼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휴일을 이용해 광진구에 위치한 아차산 영화사에 들러봤습니다.

▲ 영화사 대웅전에도 초파일을 알리는 걸개가 걸렸습니다.
ⓒ2005 정상혁
일주문을 들어서니 갖가지 색의 등이 온 도량을 뒤덮은 것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 형형색색 등이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2005 정상혁
대웅전을 뒤로 하고 내려다 본 등이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역시 장관입니다.

▲ 줄줄이 이어진 등이 꼭 용의 몸통 같기도 합니다.
ⓒ2005 정상혁
등은 어두움을 밝히는 것이고 어두운 곳에 걸릴수록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산으로 향하는 이 길은 밤이면 굉장히 어둡겠죠? 그 어두움을 내가 켠 등 하나가 밝혀준다면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큰 공덕이 있을까요?

▲ 저라면 이곳에 제 등을 걸고 싶습니다.
ⓒ2005 정상혁
형형색색의 등을 지나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마치 저 계단의 끝에는 깨달음의 세계가 있지 않을까요?

▲ 저 계단의 끝에는...
ⓒ2005 정상혁
저 꼬리표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들입니다. 그 소망은 마치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처럼 오래오래 꺼지지 않고 타오를 것입니다.

▲ 초파일이면 자기 가족의 등을 찾느라 분주하겠지요?
ⓒ2005 정상혁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여전히 나란히 걸려 있는 등은 아름답습니다.

▲ 등 아래에 가시면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2005 정상혁
조계종 전 총무원장이자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월주 스님의 성지순례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 이곳 영화사에는 부처님 성지 사진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2005 정상혁
이번 초파일에는 종교와 상관없이 가까운 절에 들리셔서 담백한 산채비빔밥도 한 그릇 드시고 연등도 구경해 보는 것 어떨까요?

 

안비취/회심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