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44) 단양쑥부쟁이]

cassia 2018. 1. 3. 04:33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 단양쑥부쟁이]

슬픈 유래 간직한 쑥부쟁이 중에 멸종위기종

 

글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 문순화 작가
입력 : 2018.01.03 (수) 10:18 [578호] 2017.12


잎이 소나무같이 가늘어 솔잎국화… 유사종 워낙 많아 구분 쉽지 않아

 

개쑥부쟁이, 민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는 거의 유사한 꽃을 피우며, 바닷가에서 자라는 갯쑥부쟁이, 중부 이북에서 자라는 가는쑥부쟁이,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쑥부쟁이, 한라산에서 자라는 누운개쑥부쟁이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아마추어들은 구분하기 쉽지 않은 미국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갯고들빼기, 두해살이풀 단양쑥부쟁이가 있다.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 단양쑥부쟁이]  문순화 사진작가가 2004년 여주 남한강에서 렌즈에 담은 단양쑥부쟁이.


이 쑥부쟁이들은 모두 우리 자생식물이며, 일명 들국화다. 식물분류도 문강목과속이 모두 같다. 단지 학명(단양쑥부쟁이 학명 Aster altaicus var. uchiyamae Kitam)만 조금 차이가 날 뿐이다. 속명 애스터Aster는 희랍어로 별을 뜻한다. 방사상으로 생긴 꽃의 모양이 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종소명 altaicus는 ‘알타이산맥의’라는 뜻으로 발견지 또는 원산지를 나타낸다. 변종명 uchiyamae는 조선 식물을 채집한 일본인 우치야마內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쑥부쟁이란 이름은 슬픈 유래를 갖고 있다. 쑥을 캐서 아버지 대장장이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큰딸을 마을 사람들은 쑥부쟁이라 불렀다. 어느 날 그녀는 상처 입은 노루를 숨겨 살려 주고, 멧돼지를 잡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사냥꾼을 구해 주었다.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다음에 꼭 돌아오기로 하고 떠난 사냥꾼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를 잊지 못하던 큰딸은 발을 헛디뎌 절벽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자리에 긴 꽃대에 한편으로 애달프고 한편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목을 뺀 꽃이 자랐다. 사람들은 그 꽃을 쑥부쟁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기다림’, ‘그리움’이다.


쑥부쟁이 중에서 단양에서 발견된 변종이 단양쑥부쟁이다. 일명 솔잎국화. 잎이 다른 쑥부쟁이에 비해 소나무 이파리같이 선형으로 가늘어 붙은 별칭이다. 특징이기도 하다. 단양쑥부쟁이는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 강가로 갔다. 그래서 냇가의 모래땅에서 자생한다. 여주, 장호원, 단양 등지의 남한강 줄기 따라 서식한다. 1937년 특산 변종으로 충주 수안보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비교적 넓게 분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4대강 개발 이후 사라졌다. 서식지가 보로 덮이거나, 물로 채워지면서 개체수가 줄어든 것이다. 지금 멸종위기 Ⅱ급이다.


문순화 사진작가는 1990년대 중반 식물학자 현진오 박사가 “단양에 일반 쑥부쟁이와 다른 쑥부쟁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단양쑥부쟁이를 찾아 같이 가자”고 해서 단양으로 답사를 나갔다. 남한강 상류줄기 따라 듬성듬성 개체수를 확인했다. 이듬해 홍수가 난 뒤 다시 가서 확인하니 한 개체도 찾을 수 없었다.


문 작가는 한참 뒤 “여주 남한강 인근 자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환경부 조사단과 함께 찾았다. 몇 개체끼리 군락을 이룬 자생지를 몇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년 뒤 환경부 조사단과 함께 본격 조사에 나섰다. 강줄기 따라 넓게 분포한 단양쑥부쟁이를 확인했다. 대형 군락지도 봤다.


4대강 개발이 끝난 2016년 문 작가는 다시 개체수를 확인하러 갔다. 원래 자생지는 그대로 잘 자라고 있었다. 일부는 보를 뚫고 고개를 내민 개체와 서식지를 옮겨 자라는 개체도 볼 수 있었다.


문 작가는 2016년 드물게 흰 단양쑥부쟁이를 렌즈에 담았다. 보통 분홍색이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변종이 아닌지 판단한다. 식물학자들은 “단양쑥부쟁이는 원래 흰꽃”이라 말할까봐 내놓지 않고 있다.


식물도감에 소개된 단양쑥부쟁이는 다음과 같다.


‘2년초로 줄기는 자줏빛이 돌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져 사방으로 퍼진다. 높이 30~70cm. 근엽은 화시에 마르고 경엽은 호생하며 선형 또는 선상 피침형으로 길이 3.5~5.5cm, 너비 1~3mm이다. 끝은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털이 다소 있으며 엽병은 없다.


꽃은 8~9월에 자주색으로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두화가 1개씩 달린다. 두화는 지름이 4cm 정도고, 꽃자루에 선상의 잎이 많이 달린다. 갯개미취에 비해 잎이 가늘고, 총포편은 좁은 장피침형으로 털이 있다. 냇가의 모래땅에 난다. 수안보, 단양 등지에 분포한다.’ 


학명 Aster altaicus var. uchiyamae Kitam.
생물학적 분류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초롱꽃목Campanulales
국화과Compositae
참취속Aster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78호) 20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