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46)광릉복주머니란]

cassia 2018. 2. 27. 04:37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46)광릉복주머니란]

부채 모양의 잎에 요강 모양의 꽃

 

글·월간산 박정원 편집장 / 사진·문순화 작가  

입력 : 2018.02.27 (화) [580호] 2018.02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꽃은 복주머니·개불알 같지만 아름다워


광릉요강꽃, 아니 광릉복주머니란은 부채 모양의 잎에 요강 모양의 꽃을 피운다. 경기도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어 ‘광릉요강꽃’이란 이름으로 명명됐다. 잎이 달린 모습이 치마를 펼친 것 같다고 해서 ‘치마난초’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의 개불알꽃속 식물들에 비해서 커다란 잎 2장이 서로 매우 가까이 나서 마주난 것처럼 보인다.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복주머니란은 예전에는 ‘개불알란’으로 부르기도 했다. 개불알이 복주머니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광릉요강꽃도 사실 복주머니같이 생겼다. 그러니 이 세 야생화 모두 복주머니같이 생겼고 조금 크고 작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털복주머니란은 식물체가 복주머니란에 비해 절반 정도이고, 몸 전체에 희고 거친 털이 자란다고 해서 털복주머니란이라 한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개불알같이 생긴 꽃에 털이 자라는 난인 셈이다. 광릉요강꽃을 광릉복주머니란이라 불러, 아마추어로서는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좌우에 부채를 펼친 것처럼 두 개의 잎과 봉지 모양의 꽃은 다른 야생란에 비해 한층 돋보인다.


광릉복주머니란은 개불알꽃속인데, 여기에 속하는 모든 야생화가 아름답다. 남한에는 복주머니란을 포함해 광릉요강꽃, 털복주머니란 총 3종이 자라고 있다. 북한에는 노랑개불알꽃이 있다. 광릉이란 이름은 일제시대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가 광릉에서 최초로 발견해서 등재했기 때문에 광릉이란 이름을 평생, 아니 영원히 달게 됐다. 꽃말은 ‘숲 속의 인어’.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난초로 알려져 있다.


1999년 특정야생동식물 지정,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Ⅰ급으로 지정됐다. 2012년 광릉요강꽃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됐다. 복주머니란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Ⅱ종, 털복주머니란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종이다.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은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었으나 지금은 지극히 제한된 곳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이다. 1931년 광릉수목원에서 나카이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광릉이란 이름을 갖게 됐으나 광릉에서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남획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난초과 식물 가운데 꽃이 가장 크고 화려해서 불법 채취가 끊이질 않는다. 습기를 좋아하면서도 반그늘 비옥한 토양에서 난균과 어울려 자라기 때문에 결실률이 낮고 자연 상태에서의 번식이 쉽지 않다. 토양 속의 특정한 곰팡이와 자생하기 때문에 생육지를 옮기면 금방 죽는다. 즉 특정균과 공생관계다. 조직배양 기술을 이용한 종자발아 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자연서식지를 보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화려한 꽃에 반해 남획한 결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고 말았다. 경기도 광릉, 가평을 비롯해서 춘천, 화천, 충북 영동, 전남 광양 등과 덕유산 일대에서 일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조금 개체수가 늘어난 상태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2009년 명지산에서 목격한 이래 덕유산 등 몇 군데에서 직접 봤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덕유산에서 서식을 확인한 상태다. 세계적으로는 중국, 타이완, 일본 등에 분포하는 난초로 알려져 있다.


야생화도감에 소개된 광릉요강꽃은 다음과 같다.


‘강원도, 경기도, 전북의 산숲 속에 매우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높이 20~40㎝. 잎은 줄기 위쪽에 2장이 서로 가깝게 붙어 달리며, 둥글고, 지름 이 10~20㎝다. 꽃은 4월 말부터 5월 초순에 줄기 끝의 꽃줄기에서 한 개씩 달리며, 밑을 향하고, 지름 8㎝쯤이다. 꽃줄기는 높이 15㎝쯤, 털이 많이 나며, 위쪽에 작은 잎처럼 생긴 꽃싸개잎이 한 장 있다. 꽃받침잎과 곁꽃잎은 길이 4~5㎝, 폭 1~2㎝, 연한 녹색, 밑쪽에 붉은 반점과 털이 있다. 입술꽃잎은 주머니 모양, 흰색 바탕에 붉은 줄무늬가 있다. 열매는 삭과다.’


학명 Cypripedium japonicum Thunberg

생물학적 분류
피자식물문(Magnoliophyta)
백합강(Liliopsida)
난초목(Orchidales)
난초과(Orchidaceae)
복주머니란속(Cypripedium)
지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한국 적색목록 위급(CR)
IUCN 적색목록 위기(EN)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4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80호] 20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