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45) 갯취]

cassia 2018. 1. 12. 04:42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

(45) 갯취] 타케 신부 손길 어린 국화과 ‘타케곰취’


글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 문순화 작가


입력 : 2018.01.12 (금) [579호] 2018.01


한국 특산종으로 환경부 보호종… 꽃에 혀 모양 설상화 달려 학명으로


야생화를 새로 발견했을 때 이름을 정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자생지에 따라, 진위를 구분하기 위해서, 식물 모양이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꽃이나 잎의 모양새에 따라서 명명한다. 역으로 얘기하면, 야생화의 이름만 봐도 고유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갯취도 그렇다.
 

↑사진: 한국 고유종인 국화과 곰취속 갯취가 제주도 목장 근처에서 노란꽃을 피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접두어로 붙은 ‘갯’은 해안이나 갯벌, 계곡, 냇가 등지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가리킨다. 갯개미취·갯질경이 등은 모두 갯벌이나 냇가 등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 야생화다. 자생지에 따라 이름이 붙은 경우다. ‘취’는 나물 종류의 야생화에 붙는 접두어 혹은 접미어다. ‘취’를 가진 식물은 거의 모두 나물이나 쌈으로 먹을 수 있으며, 통틀어 취나물이라고 한다. 취나물·각시취 등도 다 나물 종류다. 갯취의 속명이 곰취속으로서 새순이 돋아날 때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곰취보다 맛이 없다고 한다. 곰취는 취나물 중에서 가장 큰 잎을 갖는다. 식물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갯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안이나 물가 주변에서 자라는 나물 종류의 야생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갯취는 해안에서 찾을 수 없다. 제주도라는 특수한 지형상 전체가 섬으로서 해안지형을 띠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중산간 지역 가시덤불이나 풀밭 목장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갯곰취’ 또는 ‘섬곰취’라고도 부른다. 한국 특산종이며 환경부 지정 보호식물이다.


갯취의 학명은 Ligularia taquetii (H.Lev. & Vaniot) Nakai이다. 이를 그대로 번역하면 ‘타케곰취’가 된다. 제주도의 타케 신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타케 신부는 1902년부터 13년 동안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신부로 있으면서 제주도의 식물연구에 온 몸을 바쳤다. 그는 채집한 식물을 유럽으로 보내, 그곳 학자들에 의해 발표하게 하면서 제주도라는 이름을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했다. 타케 신부가 갯취를 채집해서 유럽으로 보냈을 때 학자 두 사람이 학명을 정하면서 타케 신부의 업적을 기려 종소명에 그의 이름을 먼저 넣고 자신들 이름은 괄호 안에 넣은 것이다. 그 이후 일제 때 한국의 식물 대부분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한 나카이Nakai 이름이 뒤에 붙었다.


속명 ‘Ligularia’는 라틴어에서 혀를 뜻하는 ‘ligula’에서 유래했다. 곰취 꽃의 모습이 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국화과 꽃들은 대부분 가장자리에 5~9개의 혀 모양의 설상화가 달리고 중심엔 20개 내외의 통모양의 통상화가 촘촘히 배열되어 있다.


식물도감에 소개된 대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주도 서쪽 낮은 지대와 거제·통영지역에서 자라는 다년초이며, 키가 1m 내외로 자란다. 가지가 갈라지지 않으며 밑부분의 지름이 1cm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고 입자루는 길이 25~50cm. 엽신葉身(잎의 넓은 부분)은 타원형에서 장타원형으로 끝이 둥글고, 길이 15~25cm, 너비 12~15cm이다. 밑으로 흘러서 잎자루의 날개로 되었다. 잎은 회청색이며 털이 없고 가장자리가 물결형이고 거의 밋밋하다.


기에는 잎이 5개 정도 달리지만 위로 올라가면서 작아지고 잎자루도 짧아졌다. 꽃은 6~7월에 피며 황색. 두상화頭狀花(꽃자루의 끝에 많은 꽃이 뭉켜 붙어서 머리와 같은 형상을 한 꽃)는 길이 4~9mm의 화경 끝에 1개씩 달려서 전체가 수상화서穗狀花序(한 개의 긴 꽃자루에 꽃이 이삭처럼 촘촘히 붙어 핌) 같다.
 

수과瘦果는 원추형이고 털이 없으며, 관모冠毛는 길이 7mm 정도로서 붉은빛이 돈다. 제주도에서는 예부터 양의 옴을 치료하는 데 사용해 왔다. 따라서 집 근처에 남아 있으며 한림지역에서 아직 자라고 있다.
 

강건한 식물이지만 너무 척박하고 건조한 토양에서는 못 자란다. 강한 광선에서도 잘 견디며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적당한 시비와 습기가 주어지면 잎이 대형이 되어 관상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학명 Ligularia taquetii (H.Lev. & Vaniot) Nakai
생물학적 분류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자엽식물강Dicotyledoneae
초롱꽃목Campanulales
국화과Compositae
곰취속Ligularia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4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79호] 20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