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2) 금강인가목]

cassia 2016. 12. 21. 19:18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2) | 금강인가목] 금강산에만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종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문순화 작가
입력 : 2016.12.21(수) [566호] 2016.12

 

남한엔 없어… 내금강 자생지 두 곳서 10여 개체 첫 확인


‘95년 만의 귀환’. 천연기념물(제43호)로 지정된 우리 고유종이자 특산식물인 ‘금강인가목(金剛人伽木)’의 공개를 앞두고 2012년 당시 언론에 보도된 주요 제목이다. 우리 고유종인데 95년 만에 귀환이라니, 무슨 말인가? 금강인가목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32) | 금강인가목] 


금강인가목은 금강산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이다. 관목 활엽수인 인가목이 금강산에서만 서식한다고 해서 금강인가목으로 명명됐다. 1917년 미국의 식물채집가인 윌슨에 의해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리곤 미국 하버드식물원에서 증식한 후 1924년 영국 에딘버러식물원에 분양했다. 기구한 운명 탓에 서식지가 금강산과 미국, 영국 세 곳으로 늘었다.


세계식물학계에 알려진 것은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에 의해서다. 나카이는 일제치하 한반도 고유식물과 특산식물 대부분을 그의 이름으로 학계에 발표했다. 식물을 발표하는 학자의 이름을 학명에 반드시 병기한다. 지금 한반도식물의 웬만한 고유종의 학명에 나카이(Nakai)가 붙은 이유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에 있던 금강인가목은 고사해 버렸다. 북한을 제외하고 영국에만 남게 됐다. 국립수목원이 영국 에딘버러식물원과 생물자원 수집과 연구 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금강인가목을 남한에 들여올 수 있게 됐다. 그 금강인가목을 2012년 공개하면서 ‘95년 만의 귀환’이라고 한 것이다.


문순화 사진작가는 이보다 앞서 직접 금강산에서 금강인가목의 서식을 확인했다. 두 곳의 군락지와 수십 그루의 개체를 직접 금강산에서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2006년 10월경 이영노 박사는 “금강산 비로봉에 금강인가목이 서식한다”고 말하며 “함께 가서 확인하자”고 했다.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금강산 관광이 개방되면서 기회가 왔다. 비룡폭포 가는 길에 주변 바위를 이리저리 살폈다. 보이질 않았다. 북한 감시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감시원은 알고 그런지 아예 모르는지 “없다”고 했다.


조금 더 올라가다 다른 북한 여성안내원을 만났다. 그녀는 “천년기념물로 지정된 군락지로 가보라”며 가르쳐줬다. 그쪽으로 바로 달렸다. 이 박사는 이미 내려간 상태였다.


마침내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10여 개체의 군락을 이룬 금강군락지를 찾았다. 하지만 접근이 통제돼 있어 도저히 사진을 찍을 위치가 못 됐다. 먼발치서 눈으로만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혹시나 싶어 비로봉 가까이 조금 더 높은 곳까지 혼자서 올랐다. 주위엔 아무도 없고 안내원뿐이었다. 안내원에게 고유식물을 찾고 있다고 통사정했다.


그때 저쪽 바위에 뭔가가 눈에 언뜻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내려가 손에 잡힐 듯 10여 개체가 군락을 이룬 금강인가목을 드디어 만났다. 연신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아마 남한 사진작가로는 북한땅에서 최초로 자생 금강인가목을 찍었을 것이다. 이파리를 하나 따서 돌아와 이 박사에게 보여 주니 “금강인가목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게 문 작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찾은 금강인가목이었다.


사진작가 지인이 찾아와 “나도 금강산에서 금강인가목을 보고 싶으니 위치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지인은 이듬해 2007년 7월에 하얀 꽃이 핀 금강인가목을 찍어 돌아왔다.


식물도감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장미과 관목의 한반도 특산 고유식물로, 전 세계적으로 북한의 금강산 바위틈에서만 자생한다. 줄기 가운데 들어 있는 골속이 국수가락처럼 흰색의 가느다란 모양을 하고 있어 금강국수나무라고도 불린다. 낙엽활엽 관목으로 높이 70cm 정도 자란다. 잎은 호생하고 타원형 또는 도피침형으로 길이 2~6cm이며, 양끝이 뾰족하고 상부에 결각상 톱니가 있다. 꽃은 6~7월에 백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원추화서로 달린다. 본종은 조팝나무속에 비해 꽃잎은 선형이고 배주는 2개이며, 골돌은 양봉선으로 터진다. 관상용으로 쓰인다.’


학명 Pentactina rupicola Nakai 
생물학적 분류
식물계(Plantae)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장미과(Rosaceae)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2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 [566호] 20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