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여행의 메모」
장석남, 「여행의 메모」
이 여행은 순전히
나의 발자국을 보려는 것
걷는 길에 따라 달라지는
그 깊이
끌림의 길이
흐릿한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어떤 멜로디
내 걸음이 더 낮아지기 전에
걸어서, 들려오는 소리를
올올이 들어 보려는 것
모래와 진흙, 아스팔트, 자갈과 바위
닉엽의 길
거기에서의 어느 하모니
나의 걸음이 다 사그라지기 전에
또렷이 보아야만 하는 공부
저물녘의 긴 그림자 같은 경전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끝없는 소멸을
보려는 것
이번의 간단한
나의 여행은,
■작품 출처 : 계간 ☜『시인시대』, 2016년 겨울호.
■ 장석남「여행의 메모」를 배달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셨는지요. 새해에는 더욱 맑고 밝고 높고 아름다운 날들로 채워지시기를 바라면서요. 읽자마자 단박에 반한「여행의 메모」를 배달해요. 아, “순전히 나의 발자국을 보려는” 여행이라니요. 생각할수록 근사하고, 읽을수록 끌리는 것 같아요. 어딘가로 단출한 여행을 떠날 때, 이 ‘여행 메모’를 주머니에 넣고 가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그럼, 여행 같은 한해 열어가시고요.
시인 박성우 2017-01-05 (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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