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문인수「쉬!」(낭송 문인수)

cassia 2017. 1. 4. 03:34

문인수「쉬!」(낭송 문인수)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출전 : 쉬  『쉬!』, 문학동네 2006

 
● 작가 : 문인수: 194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 『심상』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시집 『뿔』『홰치는 산』『동강의 높은 새』등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함.

 
문인수「쉬!」를 배달하며


 언뜻 보면 아흔이 넘은 노구의 아버지를 아들이 오줌 누인 이야기입니다. 대수롭잖은 이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아름다운 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조심스러운, 사무치는, 따뜻한 긴장이 시를 감싸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낯설면서도 참신한 표현방식이 눈길을 확 잡아당깁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아, 몸 갚아드리듯” “그 길고 뜨신 끈”과 같은 구절이 특히 그렇습니다. 오줌발을 뜻하는 ‘뜨신 끈’을 부자간에 맺어진 인연의 끈으로 확대해서 읽어보십시오. 독자인 우리는 전율할 수밖에 없습니다. 쉬! 소름이 돋습니다.

 

문학집배원 안도현. 2007. 8. 6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