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김민정,「민정엄마 학이엄마」(낭송 김선향)

cassia 2015. 11. 10. 08:46

김민정,「민정엄마 학이엄마」(낭송 김선향)

 

김민정, 「민정엄마 학이엄마」

 

 

방 아랫목에 여자 둘이다
웃는데, 서로의 등짝을 때려가면서다
30분 거리 슈퍼에 가 투게더 한 통을 사서는
아이스크림에 숟가락 3개 꽂아올 때까지
웃는데, 서로의 허벅다리를 꼬집어 가면서다
순간 나 터졌어 하며 일어서는 여자 아래
콧물인 줄 알고 문질렀을 때의 코피 같은 피다
너 아직도 하냐? 징글징글도 하다 야
한 여자가 흰 양말을 벗어 쓱쓱 방바닥을 닦으며
웃는데, 피 묻은 두 짝의 그것을 돌돌 말아가면서다
친구다

 

시_ 김민정 –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가 있다. 2007년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낭송 – 김선향 – 시인.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200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사월’ 동인.

▶ 출전_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문학과지성사)

음악_ 권재욱

애니메이션_ 케이

프로듀서_ 김태형


김민정,「민정엄마 학이엄마」를 배달하며

 

관념어 하나 없이도 펄펄 살아 있는 깊은 시가 태어 날수 있다니…. 삶의 건강함이 방금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몸을 파득인다.

 

나 터졌어 하며 일어서는 여자 아래 놓인 붉은 피! 여기서는 굳이 인류 생명의 근원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 보다 등짝, 허벅다리 등의 천연덕스런 신체어가 실감 있는 시어로 환하게 변환되고 있다.

   

페경(閉經)이 아니라 완경(完經)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사춘기 때부터 징글징글하게 따라다니던 여자들의 그 붉은 피가 어느 날 가뭇없이 사라지자 “아니, 네가 나를 버려!” 하며 실연당한 듯 아프고 당혹스러웠다는 한 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바람&별이 쉬어가는 뜨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