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함민복,「하늘길」(낭송 이준혁)

cassia 2015. 10. 27. 05:09

함민복,「하늘길」(낭송 이준혁)

 

 

함민복, 「하늘길」


비행기를 타고 날며
마음이 착해지는 것이었다

 

저 아랜
구름도 멈춰 얌전

 

손을 쓰윽 새 가슴에 들이밀며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놀랄 것 없어 늘 하늘 날아 순할
너의 마음 한번 만져보고 싶어

 

새들도 먹이를 먹지 않는 하늘길에서
음식을 먹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나라 가는 길이라
차마, 하늘에서, 불경스러워, 소변이나 참아 보았다

 

시_ 함민복 –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1988년에 「성선설」 등을 《세계의 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이 있다.

낭송 – 이준혁 – 배우. 연극 <날자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달무리> 등에 출연.
▶  출전_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  음악_ 심태한

애니메이션_ 케이

프로듀서_ 김태형


함민복, 「하늘길」을 배달하며


오줌을 참고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시인의 모습! 겸허하고 송구하다.

닭장 속의 닭들처럼 줄지어 앉아 벨트에 몸을 묶고 잘 계량된 먹이를 시간 맞추어 받아먹는 기내 풍경을 냉소했던 기억이 부끄럽다.

제 몸의 욕망과 무게를 다 버려야 새처럼 가벼워진다. 시인은 그것을 교훈으로가 아니라 체화된 선험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힘이 없어 진정 힘 있는 그의 시세계에 뜻밖에도 문명 비평이나, 부박한 정치를 향한 시니컬이 들어 있는 것을 자주 발견한다. 비극의 뉴스 속으로 튀어 나오는 “이가탄!” 광고처럼 절묘하고 어이없게 잠든 의식을 깨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바람&별이 쉬어가는 뜨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