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최영미, 「선운사에서」(낭송 오민애)

cassia 2012. 3. 5. 03:20
    최영미, 「선운사에서」(낭송 오민애)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시_ 최영미 - 1961년 서울 출생.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등을 출간함. 이수문학상 수상.   낭송_ 오민애 - 배우.   출전_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비)   음악_ 정겨울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최영미, 「선운사에서」를 배달하며 그래요, 지상의 모든 꽃들은 그리 힘들게 피는 거지요. 그리 힘들게 피어난 꽃이 한순간 져버리는 걸 보면 가슴 밑바닥이 서늘해집니다만. 우리 생의 조건이 또한 그러합니다. 피해갈 수 없지요. 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절절히 노래했듯, 생의 환희와 비애가 한 꽃송이 속에 찬란히 얼룩져 있습니다. 그래요, 사랑도 그러합니다. 만나서 사랑하기까지 한 송이 꽃이 피듯 우리는 피어나지요. 만나면 헤어짐이 있을 것이고 사랑을 시작하면 끝도 있는 것이지요. 헤어짐과 끝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 합니다. 고통을 감내하면서라도 사랑을 향해 움직여가는 이런 방향성, 때로 바보 같아 보이는 그 정향성이, 바로 우리의 힘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사랑하거나 헤어지거나 잊는 것이 한참이라서 힘든 그 모든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런 스스로를 향해 파이팅! 외쳐주는 것.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