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낭송 장인호)

cassia 2011. 11. 21. 06:31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낭송 장인호)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아프니? 안녕 눈동자여, 은빛 그림자여, 사연이여 병이 깊구나 얼마나 오랫동안 속으로 노래를 불러 네가 없는 허무를 메웠던지 그런 너의 병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어떤 무늬인지 읽지 않았으니 아무 마음 일어날 줄 모르는데 얼마나 많은 호흡들이 숨죽이고 있는지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압력 휘청, 발목이 잘려나간 것처럼 한없이 무너지고 싶다 밥 먹어 너의 아름다운 병도 밥을 먹어야지 별다방 아가씨가 배달 스쿠터를 타고 전화번호가 적힌 깃발을 휘날리며 지나간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참혹한 욕망이 문지방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자 너의 아름다운 병을 검은 아스팔트까지 바래다주러 간다 가면, 오래오래 흐린 강 마을에서 집의 창을 만지는 먼지들과 살 너와 돌아서면 까맣게 잊고 이미 죽은 나무에 물을 뿌릴 나는 저리위─ 독주에 취해 더 깊은 병을 볼 거면서 먼 길로 일부러 먼 길로 너의 아름다운 병을 오래오래 배웅한다 시_ 함성호 - 1963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 『56억 7천만 년의 고독』, 『聖 타즈마할』, 『너무 아름다운 병』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허무의 기록』 등이 있음.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함. 낭송_ 장인호 - 배우. <위선자 따르뛰프>, <갈매기>, 영화 <고지전> 등 출연. 출전_ 『너무 아름다운 병』(문학과지성사) 함성호의 「너무 아름다운 병」을 배달하며 어떤 날은 그저 막막해집니다. 어떤 날의 어떤 순간은 그저 먹먹해집니다. 막막하고 먹먹해지는 그 모든 순간들에 시는 태어나고 스러집니다. 너무 아름다운 병.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입니까. 노래라고 불리기 이전에 노래가 된 누구의 탄식입니까. 사랑의 탄식이며 이별의 과정에 대한 기인 긴 이야기를 중얼거려봅니다. 그저 막막하게 먹먹하게 중얼거려 봅니다. 잘 사랑하는 것 속에는 잘 이별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하더군요. 사랑을 돌아보세요. 이별도 돌아보세요. 겨울인데 아직 겨울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분명 겨울인데 아직 11월인 이런 시간. 당신의 아름다운 병에게 따뜻한 밥 한 공기 한 숟갈 한 숟갈 떠먹여주고 싶습니다. 돌아가자, 막막하게 먹먹하게 말해봅니다. 먼 길로, 일부러 먼 길로 당신을 배웅합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