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이홍섭, 「심봤다」(낭송 성노진)

cassia 2011. 11. 14. 09:15
    이홍섭, 「심봤다」(낭송 성노진) 이홍섭, 「심봤다」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서서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시_ 이홍섭 - 196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터미널』과 산문집 『곱게 싼 인연』 이 있음. 낭송_ 성노진 - 배우. 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 <동주앙>, <다락방> 등에 출연. 출전_ 『터미널』(문학동네) 이홍섭, 「심봤다」를 배달하며 사는 게 꿈결 같을 때 더러 있지요. 제가 이 시 속의 사진가라면 정말 안타까울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말이죠. 시에서 보여주는 이런 상황이 불현듯 닥칠 때가 있는 것은 생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장자의 꿈’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즐거운 깨달음의 시간.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당첨된 로또복권을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요. 뒤늦게 알게 되면 안타깝겠지만, 거액의 로또복권에 당첨된 후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린 사람들도 꽤 많으니, 새옹지마일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사는 게 꿈결’ 같습니다. ‘꿈결 같은 거니까’ 우리 좀 쉬엄쉬엄 놀며 살아요. 늘 눈앞에 두고도 소중한 줄 모르는 가까운 사람들부터 좀 챙기면서 말이죠.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한번쯤은 달과 별을 쳐다보면서 말이죠.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