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조용미, 「가을밤」(낭송 권지숙)

cassia 2011. 11. 7. 14:25
    조용미, 「가을밤」(낭송 권지숙) 조용미, 「가을밤」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시_ 조용미 -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른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등이 있음.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함. 낭송_ 권지숙 - 배우. 배우. 연극 <루나자에서 춤을>, <기묘여행> 등 출연. 출전_ 『기억의 행성』(문지) 조용미, 「가을밤」을 배달하며 늦가을이랄지 초겨울이랄지, 이즈음이 되면 저도 어쩐지 꿀 생각이 납니다. 벌들에게서 훔쳐와 먹는 것이라 벌들에게 많이 미안하긴 합니다만, 한밤중 한 모금씩 삼키는 따뜻한 꿀물을 생각하면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꿀에 마늘을 담가 숙성시켜 먹기도 한다는 걸 이 시를 읽고 새로 배웠습니다. 담근 채 오래 두어 마늘이 꿀이고 꿀이 마늘이 된 찐득찐득해진 그 ‘물질’을 상상해봅니다. 마늘의 형체가 있으면서도 없고 없는듯하면서도 있는, 유리병 속에 든 그것을 가만 바라봅니다.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닌 나와 당신. 더불어 오랜 친구가 되어준 그대여, 우리가 꼭 저럴 것도 같습니다. 우정이라고도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의 꿀절임 속에서 나와 당신이 달콤쌉싸름해져 있네요. ‘연못물 얇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가을밤이 있고 사랑이 있습니다. 때때로 마음의 수족냉증이 느껴지면 시를 읽는 게 장땡!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