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憧憬

천상병, 「새」(낭송 박신희)

cassia 2011. 10. 31. 07:03
천상병, 「새」(낭송 박신희)
    천상병, 「새」(낭송 박신희) 천상병,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시_ 천상병 - 1930년 태어났으며, 1949년 마산중학교 5학년 재학 중 담임교사이던 김춘수 시인의 주선으로 시 「강물」이 《문예》지에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새』, 『귀천』, 『주막에서』,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저승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등이 있음. 작고 후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 『천상병 전집』 등이 발간됨. 낭송_ 박신희 - 성우. 〈주말의 명화〉, 〈과학수사대 CSI〉 등에 출연. 출전_ 『천상병 전집』(평민사) 천상병, 「새」를 배달하며 시월의 마지막 날, 조금쯤 쓸쓸하고 까마득한 하늘은 깊어 오늘은 ‘새’를 읽습니다. 이 시는 연두가 어여쁜 봄날에 쓰였을 것 같은데, 한 사람의 독자로 이 시를 떠올릴 때는 주로 가을입니다. 왜일까요. 태어난 모든 인간의 운명인 죽음이 그려져 있기 때문일까요. 한 마리 새가 노래하는 깨끗한 소멸의 이미지 때문일까요. 적당히 낙엽 구르는 가을날의 낭송이 좋습니다. 너무 낭랑하게도 아니고 아주 소리 없게도 아니고 입술과 혀를 조금씩만 달싹여 보일듯 말듯하게 시를 읽습니다. 천천히 세 번쯤 읽습니다. 그러면 음악이 들립니다. 새소리가 들립니다. 으응, 뭐 그렇지,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살아서 나쁜 일도 있었어, 아무튼 이제는 나 하늘로 돌아가… 새가 돌아가는 곳은 하늘이니 자연스럽게 시인의 대표시 ‘귀천’과 오버랩 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말이지요. 욕심 없는 한 마리 작은 새 같던 천상병 시인은 1967년 동백림 사건이라는 조작된 간첩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고 풀려난 적이 있습니다. 지독했던 고문의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져 행려병자로 서울시립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지요. 그렇게 유신독재가 짓밟아놓은 문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정신병원에 있는 사이에 유고시집 <새>가 발간되었답니다. 지인들은 사라진 그가 죽은 줄 알았던 거지요. 그렇게 천상병시인은 살아서 유고시집이 발표된 희한한 이력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포악한 정치가 짓밟아놓은 시인이었으나, 시인이었으므로 그는 결국 새장을 열고 날아오르며 노래합니다. 응,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어. 그래도 생은 아름다운 소풍이었어. 문학집배원 김선우 / 출처 : / 새벽산책 시와 그리움